[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씨티은행 노사가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에서는 임금인상, 신규채용 등의 안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에서는 요구사항 전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 15일 2019년도 19차 임단협을 진행했다.
현재 국내은행들 중 2019년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은 곳은 씨티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 뿐이다. 씨티은행 임단협이 지체됐던 이유는 지난해 말 노조 집행부 교체 이후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대책논의로 인해 임금협상은 후순위로 밀려났다가 최근 본격적인 논의가 재개됐다.
씨티은행 노조에서는 ▲신규직원 채용 ▲영업점 환경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임금 2% 인상 총 4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신규직원 채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 9년간 씨티은행에서는 신규채용이 전혀 진행되지 않아 인사적체 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씨티은행의 지속적인 국내 경영을 위해서는 신입사원 채용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씨티은행 사측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전체 항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신규행원 채용과 관련해서는 전문인력을 필요할 경우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고, 희망퇴직 등 인위적 인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규채용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입장을 전했다.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씨티은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사측은 “이는 각 은행의 공시를 비교해보면 씨티은행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 직원들의 연봉은 2017년 1억원으로 전년대비 8%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1억100만원(1%), 2019년은 1억700만원으로 5.9% 상승했다. 3년간 평균 5% 증가한 셈이다. 통계만 놓고 비교해보면 씨티은행 직원들의 연봉은 지난해 은행권 평균(9200만원)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씨티은행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시중은행 평균(15년7개월) 보다 높은 17년으로 전체 시중은행 중 근속연수가 가장 높다. 근속연수 차이를 제하고 나면 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씨티은행에서 주장한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씨티은행 임원들의 연봉은 최근 3년간 22%에서 53%까지 올라갔다. 은행장을 포함한 씨티은행 임원들의 2017년 1인당 평균보수액은 전년대비 28.8% 증가한 2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2018년에는 3억5100만원, 2018년에는 4억3100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53.1%, 22.7% 상승했다. 3년간 임원들의 연봉은 매년 34.8%씩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임원들의 연봉은 매년 30% 가량 올리는 가운데 직원들의 임금인상 등의 요구를 외면하는 씨티은행을 두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대 강형구 사무처장은 “씨티은행은 임원들의 연봉은 매년마다 꾸준히 큰 폭으로 올라가는 반면, 직원들 임금에 대해서는 각종 이유를 대며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런 씨티은행의 태도는 직원들에게 경영부담을 일방적으로 지우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마다 외국에 위치한 본사에 고배당을 진행하면서 신규인원 채용이나 영업점 환경 개선 등 한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 위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이런 씨티은행의 태도는 금융소비자들로 하여금 씨티은행이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게하고, 씨티은행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