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 고(故) 이민호군이 사고로 사망한 후 현장실습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안전한 현장실습이 가능한 산업체 발굴 ▲학습중심 현장실습 ▲전공과 관련된 직무배치 유도 ▲산업체 관리 및 학생지원 강화 등이다. 그러나 취업률이 문제가 되자 지난 2019년 실무역량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기업의 참여가 저조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에 제동을 걸었다. 학습이 아닌 ‘근로’ 중심으로 실습이 진행되며, 학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실사에 참여한 장학사는 “학생이 일용직 노동자와 같이 반품 박스를 뜯어 물품을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라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반복적인 단순 노무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 물류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업체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직업계고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모(21·여)씨는 “회사에서 ‘취업 전 교육’이라며 따로 직무교육을 약속했지만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며 “학교에서 배운 시각디자인이 아닌 문서 작업만 했다. 일이 서투르자 상사는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것 하나 못하느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토로했다.
학교는 여전히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직업계고를 졸업한 박모(20)씨는 “일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3~4일은 멍하니 눈치만 봤다. 오후 10시까지 야근을 해 학교에 이야기를 했다”며 “학교에서는 ‘그냥 버텨라’라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31일 ‘2020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유지취업률’을 발표했다. 직업계고 졸업생의 유지취업률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직업계고 전체 유지취업률은 77.3%다. 뒤집어보면 5명 중 1명은 6개월 안에 직장을 그만둔다는 분석이 나온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영상 제작=우동열 PD, 촬영=김해성·이승주 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