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년 전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디지코) 전환을 선언했고, 빠른 속도로 산업별 주요 기업을 우군으로 세우고 있다. 금융·콘텐츠·교통·클라우드에 이어 이번엔 유통이다. KT는 전날(14일) 신세계 그룹과 손을 잡았다.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생태계를 함께 조성할 동료다.
2020년 10월 구현모 KT 대표는 경영진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디지코 선언을 했다. 구 대표가 글로벌 테크 기업 도약을 천명한 지 2년 하고도 두 달이 조금 덜 지났다. 그 사이 KT는 4개 기업(신한금융그룹·CJ ENM·현대차그룹·메가존)과 사업 제휴를 맺었다. 모두 ‘비 통신 기업’이며 각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비 통신 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지는 꽤 됐다. 통신업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단 걸 직감해서다. KT는 일찍부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뉴미디어 등 신사업 분야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AI컨텍센터 등 미래 유망사업 분야 1위를 확보했고,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도 ‘우영우’로 히트를 쳤다. 3분기 실적을 보면 KT클라우드를 포함한 디지코 B2B(비즈니스투비즈니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9% 성장했다. 미디어 등 디지코 B2C(비즈니스투커스토머) 매출은 같은 기간 3.6% 올랐다.
KT에 따르면 제휴파트너를 정하는 기준은 없다. 대신 ‘니즈가 맞고 각자가 가진 역량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따진다. 신세계는 KT처럼 디지털에 집중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일상이 신세계에서 해결 가능한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피보팅(Pivoting·사업체 인적 구성이나 기본적인 핵심 기술에 변화를 주지 않고 사업 방향만 바꾸는 행위)’을 추진 중이다.
또 제휴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오간 걸로 알려졌다. 양사는 고객 경험 혁신과 AI기반 물류 선진화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업계 선두사업자와 꾸준히 제휴를 추진해왔고, 반드시 1위가 기준은 아니다”라며 “서로 니즈가 맞아야 하고,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역량을 투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도 ‘신세계유니버스’를 구현하기 위해 KT 역량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서로 니즈가 맞아 제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