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몇 시간만에 미국 뉴욕 검찰이 권 대표를 증권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미국 송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청은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권 대표 추정 인물이 권 대표로 확인됐으며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함께 있던 인물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로 확인됐다. 몬테네그로 인터폴에서 받은 지문자료 정보와 보유 자료를 대조해 최종 신원을 확인한 결과다. 권 대표는 두바이행 비행을 위해 여권 검사 중 위조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덜미를 잡혔다.
권 대표는 지난 4월 말 출국해 싱가포르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지만 9월에는 두바이를 경유해 유럽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위조 여권에 덜미 잡힌 ‘암호화폐 천재’
권 대표는 테라,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테라는 자매 코인 루나와 연동한 알고리즘으로 1달러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초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페깅(고정) 시스템이 불안정해지자 루나 가격마저 급락했다.
테라폼랩스가 무너졌고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우스캐피털(3AC),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 거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 등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주일 만에 최소 40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가 함께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권 대표에 대해 적색수배를 발령했다. 인터폴 수배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인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려지는 국제수배다. 검찰은 권 대표가 은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950억원을 동결했고, 지난해 11월부터 권 대표의 여권도 무효화 조치했다.
권도형 처벌 어디서 받게될까…한국·미국 모두 권한有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다. 향후 법무부를 통해 한국 검찰이 권 대표 신병 인수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도 권 대표를 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미국 송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 둘 다 권 대표를 기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 권 대표를 처벌할 수 잇는 권한이 있다. 어느 나라로 인도될지는 결국 두 나라 사법당국이 몬테네그로 정부와 어떻게 협의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면서 “한미 사법당국이 앞으로 긴밀하게 연락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송환된 이후에도 국내 재판·처벌 가능”
승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법당국은 미국 측에 권 대표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시간·공간 제약 없아 미국 자국민 피해만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향후 필요하다면 공조를 통해서 미국에서도 재판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점을 내세우면 될 것”이라고 봤다.
권 대표가 미국에 송환되더라도 국내 재판, 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처벌을 받았다 할지라도 속인주의(국적을 기준으로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에 이어 국내 법원에서 다시 재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 사건에 대해 판결 혹은 면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은 한 국가 안에서 적용된다.
다만 형기가 줄어들 수 있다. 형법 제7조에 따라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한국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면 한국 교도소에서 1년 동안만 추가 복역하는 방식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