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출시 한 달을 맞는다. 단말기, 가맹점 부족이라는 장애물을 넘고 빠른 속도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내달부터는 스타벅스 사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유일한 제휴 카드사인 현대카드의 영향력도 확대됐다는 평가다.
애플페이는 출시 3주 만에 10만 가맹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출시 이후 3주간 결제승인 기준 8만6000개 가맹점에서 사용되고 있다. 단일 가맹점 번호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까지 고려하면 약 10만 가맹점으로 추산된다.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부터 가입자가 몰리면서 먹통 현상을 겪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에 따르면 서비스 하루만에 가입토큰 수가 100만 건을 넘겼다. 출시 3주를 맞은 지난 11일에는 가입토큰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 애플페이 토큰은 신용카드를 아이폰, 맥 등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를 뜻한다. 1개의 기기를 애플페이와 연동하면 1개의 토큰을, 2개의 기기를 연동하면 2개의 토큰이 발행되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10%에 불과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 가맹점 수 부족으로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지난달 낸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단순히 애플페이 출시 및 사용 경험을 위해 아이폰으로 교체 구매를 시도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 △교통카드 사용 불가한 점 △삼성페이 측의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의 연합군 구성 등 걸림돌을 고려했을 때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NFC 단말기 없어도 판매자가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결제하는 ‘폰투폰’ 방식이 보급되면서 단말기 이슈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KT 계열사 스마트로가 출시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프리페이 앱’은 소상공인에게 호응을 얻으며 지난달 말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4만 건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표정관리 중이다. 애플페이 서비스 시작 이후 특히 체크카드 발급이 크게 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 2월 기준 사용 가능 체크카드 수는 17만9000장으로, 지난해 연말(15만1000)보다 18.54% 증가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SC제일은행 계좌를 연계한 체크카드 상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체크카드 발급이 갑자기 늘어난 데에는 아이폰 사용률이 높고,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MZ세대가 몰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동력 삼아 시장점유율을 높일지도 관심사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국내·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등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이다. 1위 삼성카드와 3위 현대카드 격차는 3.6%p다.
현대카드는 이달 초 애플페이 간편성과 신속성을 강조한 TV 광고를 2편 내놓으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달부터는 신세계 계열의 스타벅스에서도 애플페이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시장의 기대가 높다. 스타벅스는 커피 프랜차이즈 중 충성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인 만큼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