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되고 전세사기 피해자는 안되나”

“금융기관은 되고 전세사기 피해자는 안되나”

보증금채권매입 특별법 촉구
대책위 “정부 안은 오히려 사각지대 만들어”
캠코, 금융기관 부동산PF 부실채권 매입
“시민 돕는 돈만 혈세인가”

기사승인 2023-04-26 14:39:54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보증금 채권 매입을 활용한 선(先)구제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대책위는 2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사각지대 없는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강력 요구했다. 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조오섭·허종식, 정의당 심상정,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오는 27일 발의를 예고한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언급,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에 담긴 우선매수권 부여와 주택의 공공매입은 경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매수하는 방식으로, 경매가 장기간 진행되지 않아 장기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깡통주택 피해자들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빌라왕 피해자인 배소연씨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돌려막기에 급급한 게 전부”라며 “겉보기 포장지만 번드르한 알맹이없는 대책이 아닌 피해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조세채권 안분, 보증금 채권매입이 포함된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1000여 세대에 피해를 보고 돌연 숨진 빌라왕 김모씨의 피해자들은 선순위인 국세, 지방세 등 체납 세금과 상속 문제가 있어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을 통하지 않으면 경매가 진행되지 않거나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대책위는 특별법에 △피해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을 통한 보증금 일부 보전하는 선구제방안 △피해주택 공공매입 통한 주거권 보호 △경매시 피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야당에서는 조 의원과 심 의원이 관련 내용이 포함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증금 채권 매입에 부정적이다. 원 장관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해도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면서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다른 범죄 피해자와 국민이 들고 일어나게 만들어 만인의 투쟁과 만인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보증금 채권매입 방식이 이미 정부가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미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며 “캠코는 금융기관 부동산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올해 1조를, 2027년까지 4조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채권 매입 전문 공공기관을 통해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것 역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도 정부를 맹비판했다. 심 의원은 “정부가 위기의 기업도 지원하고 금융권도 지원하고 건설사도 지원하는데 정부의 잘못된 주거정책으로 피해를 본 위기의 피해자들은 왜 지원하면 안되냐”면서 “기업들을 지원하는 돈은 혈세가 아니고 왜 피해자 시민들을 지원하는 돈만 혈세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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