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출시가 주춤한 사이 게임사 1분기 실적 성패를 가른 건 ‘기본작’이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주요 게임사 실적 발표가 막을 올렸다. 신작 출시가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기본작 성과에 따라 실적 희비가 나뉘었다.
크래프톤은 ‘배틀 그라운드’ IP 성과에 힘입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견조한 성고를 이끌어냈다. 매출액은 66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 늘어 31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 매출이다.
PC에서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전년 동기 대비 36.5%나 성장했다. 모바일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 책임자는 “3월 이후 PC와 모바일 모두 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는 히트작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콘텐츠 개편 효과로 모바일 게임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매출은 2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1% 늘었다. 펄어비스 역시 ‘검은사막’ 10주년 기념 콘텐츠 강화로 영업익 6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네오위즈는 지난해 9월 글로벌 출시한 ‘P의 거짓’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증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배 증가해 1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억원이다.
기본작 부침에 실적 ‘미지근’
반면, 뚜렷한 캐시카우가 없거나 주요작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경우, 실적 견인에 부침을 겪는 모양새다. 넷마블은 1분기 영업이익 37억원으로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깨고 2개 분기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1분기 6315억원, 2023년 1분기 6026억원, 2024년 1분기 5854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매출은 3979억원, 영업이익은 257억원으로 각각 17%와 68% 줄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각각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리니지’ 시리즈 매출에서 하향안정화를 겪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실적에 관해 시장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는 “IP, 장르, 플랫폼 세 부문에서 다각화를 추진하는 중”이라며 “글로벌 확장도 도모하고 있어 올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넷마블은 신작 공세로 실적을 끌어 올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아스달)’을 출시했고 뒤이어 지난 8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를 출시했다. 이번달 29일 ‘레이븐’ 후속작인 ‘레이븐2’를 9년 만에 출시할 예정이다.
나혼렙은 기존 IP 흥행으로 출시 이전부터 기대가 모아졌다. 출시 첫날 지표들도 긍정적이다. 출시 후 24시간 기준 일일활성이용자수(DAU) 약 500만명, 매출 약 14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는 “아스달과 나혼렙에 힘입어 2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며 “두 게임의 온기와 추가 신작 성과가 반영돼 연간 기준으로도 호실적을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반기 실적 본격화…“리스크 관리 집중해야”
실적 레이스는 이제 본격화됐다. 게임사들은 글로벌 영토 확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한 토양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임사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훼손된 상황인데다 이른바 ‘MMORPG 원툴’을 벗어난 참신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게임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지도 오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까지 긍정적인 실적을 보였다”면서도 “신작에 관한 기대감만으로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1분기 호실적에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오히려 실적이 하락하면 주가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며 “하반기 시프트업 상장 등 주요 이슈가 있는 만큼 멀티플 과열 등을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