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생물테러 대응력은 갈 길이 멀다. 생물학 무기 1순위로 거론되는 두창과 천연두 백신보유율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천연두의 경우 이제 막 임상3상을 들어가 빨라야 내년 말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두창백신의 경우, 2002년부터 백신 비축을 시작했으나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목표 비축량의 20%대에 머물러있다. 반면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경우 전 인구대비 100%를 비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77%를 비축하고 있다.
13년 전 탄저균이 든 우편물 테러로 미국에서만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했다. 이후 사람들은 발신인이 불분명한 우편과 하얀 가루를 두려워했다. 우편물 테러의 타깃은 미국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세계 전역으로 하얀 가루가 담긴 우편물이 배달됐다. 테러의 수단이 비행기로 큰 빌딩을 공격하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이용해 인명을 살상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당시 각국 보건당국은 생물테러의 대응책으로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며 비축에 나섰다. 생화학 무기고인 북한을 지척에 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1년 당시 스위스의 베르나바이오텍사로부터 두창백신 75만 도스를 수입했다. 이후 정부는 매년 국내에서 생산된 두창백신을 구입해 비축하고 있다. 문제는 비축 완료시기와 정부예산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두창백신 비축완료 연도는 2028년이다. 앞으로 14년이 지나야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백신 구입을 위해 매년 50억원의 예산편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41억원 편성됐고 올해도 41억원이 편성됐다. 이러한 추세라면 당초 계획한 기한 내 목표량의 백신 확보가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생물테러는 유사시를 대비해 백신을 비축했다가 접종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지만 정부는 재정형편 등의 이유로 늑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과 달리 생물테러 가능성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천연두, 콜레라 같은 고위험 바이러스를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탄저균이 든 우편물이 우리나라로 배달되지 않았지만 생물테러 위험은 우리에게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생물테러 대비를 위한 백신 확보를 업무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둔 것은 아닌지, 그간의 미온적 태도를 자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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