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그룹 베이비복스로 활동한 간미연이 MBC 새 수목 드라마 ‘킬미힐미’에 출연합니다. 그의 소속사 마코어뮤즈먼트는 23일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된 간미연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첫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죠. 지난 22일 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도 SBS 새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캐스팅됐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라 멤버 강지영도 21일 일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카라 데뷔 직후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죠.
이외에도 많습니다.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은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에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같은 그룹 멤버 박형식도 KBS 2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연기자로 변신했죠. 가족끼리 왜 이래는 손담비도 출연합니다. 서인국과 이준은 KBS 2TV 드라마 ‘왕의 얼굴’ MBC 드라마 ‘미스터 백’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가수는 한때 반짝하면 끝이니까 너도나도 연기한다고 하네. 그럼 솔직히 연기 연습이나 하고 나오던가. 요즘 아이돌 발연기 넘치던데” “작은 배역이라도 하고 싶어서 무명생활만 몇 년씩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배우라는 타이틀을 쉽게 따고 나오는구나” “이름 있는 대기업들이 상권을 장악해 자영업자들이 힘든 것과 같은 기분” “어릴 땐 가수로 성공해서 인기 얻다가 나이 들어 가수로 설 무대가 없어진 건 안타깝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작은 배역 하나도 감사히 연기할 수 있는 준비된 배우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밥그릇까지 탐내는 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본업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손담비의 경우 2013년 발매한 디지털 싱글 ‘Red candle’ 이후 가수로서 이렇다 할 활동이 없습니다. 임시완과 박형식은 제국의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선 모습보다 각자 영화와 예능 출연에 집중했죠.
가수의 직업적 특성이 연기자보다 불리하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음반시장에 대한 부담감과 직업 생명이 짧은 탓도 있습니다. 댄스 가수의 경우 나이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체력적 한계가 있으니까요.
가수들의 연기 도전은 최근 들어 생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가수와 연기자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엄정화와 김민종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엄정화와 김민종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밥그릇 뺏기’ 시비가 일지 않는 이유죠.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가수들이 여론의 차가운 눈초리를 피할 방법은 하나, 연기력 아닐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