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3’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밴드 엠씨 더 맥스의 멤버 이수(34·전광철)의 출연을 두고 대중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난이 이수에게만 빗발치는 게 아닌 거죠.
이수 출연 소식이 전해진 21일에 인터넷은 항의로 가득 찼습니다.
이수는 2000년 ‘문차일드’로 가요계 데뷔해 ‘사랑하니까’ ‘사랑의 시’ ‘행복하지 말아요’ ‘사랑은 아프려고 하는 거죠’ ‘눈물’ 등을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얻은 가수입니다. 특히 뛰어난 가창력으로 차세대 한국을 대표할만한 보컬로까지 거론되던 그였습니다.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듯 보였던 그는 2009년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안겨줬습니다. 공익근무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를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성매수를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초범인 점이 고려되면서 다음 해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겁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이 강화된 현재였다면 초범이라도 구속됐을 지도 모르는 중죄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수의 출연 결정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MBC는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나는 가수다3’ 기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녹화 직전 짬을 내 가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수도 다른 가수들과 함께 얼굴을 비쳤습니다. 복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그는 “굉장히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한다”며 “긴장되지만 프로그램에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래하겠다. 제가 이 자리에 앉아있기까지 많은 분의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뗀 그는 연신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복잡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죠.
그렇게 녹화를 마쳤지만 일은 또 터졌습니다. MBC가 이수의 출연을 번복한 겁니다. MBC는 22일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해 ‘나는 가수다3’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 이수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이수 측은 “MBC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억울함을 전했습니다.
MBC의 행보가 쉽게 이해 가지 않습니다. 이수 캐스팅 당시 ‘나는 가수다3’ 제작진이 비난 여론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는 결혼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에도 지난 사건으로 인해 고초를 치렀으니까요. 실력 있는 가수들이 많이 있음에도 그를 기용한 것에는 제작진의 확고한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네티즌들은 “MBC가 간 보기를 한다”며 공분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섭외하지 말았어야죠. 시청자 놀리는 건가요?” “이럴 줄 모르고 녹화했냐” “MBC 빼고 모두가 당황스러운 상황” “아무리 이수가 죄를 지었대도 저건 이수한테 실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가 이수를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수는 결국 이슈 메이커 노릇만 하다 버려졌다. 꼴만 우스워진 MBC. 사람을 두 번 죽이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결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첫 녹화를 마쳤습니다. 방송을 불과 일주일 정도 남긴 상황입니다. 변덕도 때가 있다는 사실을 MBC는 모르고 있었을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