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가사만 봐도 자연스레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입니다. 2012년 발표된 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곡이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재밌는 춤과 개성 있는 뮤직비디오가 인기의 주 요인이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노래가 아니라 동상입니다.
강남구는 6일 강남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관광특구로 지정된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에 ‘강남스타일’ 스토리텔링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을 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조형물은 높이 5.3m, 폭 8.3m로 재료는 청동입니다. 디자인은 황만석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작가가 참여했고 예산은 4억1800여만원이 배정됐습니다.
일단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강남스타일이 인기가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런 곳에 국민의 세금을 쓴다는 건 개념이 없는 짓이다” “발상이 촌스럽다” “졸속행정. 4억원을 차라리 서민 복지정책에 써라” “창피하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정책을 펴야지” “서울서 분리해 달라 하더니 수준이 고작 이 정도?”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구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대한민국 관광콘텐츠의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구에서도 나름 한류스타거리 조성 사업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강남에는 랜드마크가 없는 것 같았다.”
또 “황소 동상(미국 뉴욕 월가 황소 동상) 보러 외국 가는 경우도 있지 않나. 강남도 조형물을 만들어 외국인들이 ‘이거 보러 가자’고 할만한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조형물이 들어선다면 지리상의 이점으로 경제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티즌이나 강남구나 전부 일리 있는 견해입니다.
하지만 강남구가 강조하는 ‘경제 효과’ ‘랜드마크’ 외에도 우리가 고심해 봐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가지고 있는 의미입니다.
‘강남스타일’은 강남의 사치스런 라이프 스타일을 비꼰 노래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노래입니다.
2012년 9월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놀랄 만큼 훌륭하다. 큰 화제를 몰고 온 곡들이 지닌 좋은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호평한 바 있습니다. 극찬의 이유 중 하나는 “서울 부유층에 대한 ‘풍자’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2012년 11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한국학)는 “‘섹시 레이디’가 선보이는 비싼 명품 옷을 입어보려는 욕망, 마천루 같은 그 멀리 보이는 주상복합체에서 한 번 살아보려는 욕망, 여유만만하게 비싼 댄스나 요가 교육을 받아 몸을 단련해보려는 욕망 등이 ‘한류’의 상당 부분을 팔아주는 핵심 코드들”이라며 “강남스타일과 같은 최저질의 ‘한류’는 가장 저속하고 가장 조잡하고 가장 동물적인 자본주의적 욕망들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을 세일즈 포인트로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구는 “비난 여론이 있다 해서 접을 만큼 얕은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검토하고 숙고했다.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싸이의 곡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지에 랜드마크를 세우려면 그에 맞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구가 준비하는 것은 강남의 랜드마크고 그건 곧 강남, 크게 봐선 한국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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