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판하는데 기자 왜 왔나. 기자 내보내라. 기사 내용이 하나부터 열까지 엉터리야. 함부로 기사 쓰는 거, 사람 죽이는 행위야!”

11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열린 ‘트렁크 살인사건’ 2차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김일곤(48)은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검사 발언이 시작 되기도 전, 김씨는 판사에게 “드릴 말씀 있다. 여기 기자가 있느냐”고 물었고 “언론보도 봤다. 기사에 내가 얘기한 게 없다. 비록 죄는 지었지만 (기사로 인해) 피해 입고 싶지 않다”며 기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음 재판에는 기자 없었으면 좋겠다. 거부하겠다. 함부로 기사 쓰는 거, 사람 죽이는 행위다. 왜 마음대로 쓰느냐!”고 말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방청석에서 이 상황을 목격한 유가족은 가슴을 치며 “사람을 죽여 놓고 뭘 죽인다고 하느냐”고 절규했다.

김씨는 변호사 선임도 거부했다. 그는 “미리 말하는데 변호사 접견 안 한다. ‘변호사 거부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변호인이 교체됐다. 선임 안 하겠다”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이어 “접견 두 번이나 거부했다. 변호인이 들은 말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며 “무슨 말을 할 거예요? 들어나 봅시다.”라고 되물어 변호사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끝까지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김씨는 “믿을 수 없다. 국선변호사에게 여러 번 당했다. 10년을 억울하게 옥살이했다”고 흥분했고 이에 판사도 언성을 높여 “피고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다”고 호통쳤다.

그러나 그는 “억울하게 죽었겠죠. (변호인이 필요하다는 게)법 이라는 건 알지만, 너무 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김일곤 리스트’는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김씨는 자신이 치료받은 병원의 병원장과 직원, 서울지방경찰청 담당 형사, 식당 여사장,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스트를 거론 “리스트 조사는 왜 안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쉼 없이 재판 거부를 주장한 김씨는 “어차피 다 각본대로 진행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참다못한 판사는 결국 언성을 높여 “각본이 아니라 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 단호한 어투로 지적했지만, 그는 지치지 않고 검사를 가리켜 “검사 좋아하겠네. 어차피 각본 아니야”라고 거듭 소리치는 기행을 보였다.

공개재판 거부, 변호사 선임 거부 등 계속되는 김씨의 일방적인 요구에 결국 재판은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김씨는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2시간여 만에 목 졸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1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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