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1.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43·남)는 에어컨을 하루 2시간으로 최소화하고 낮춰지면 선풍기로 대체하다가 이번에 에어서큘레이터를 장만해 사용했다. 김모 씨는 "평소 전력량보다 두 배를 쓰면 4배 요금이 나온다고 한다"며 혀를 냐두르고 "에어컨 가동 시간을 줄이며 선풍기나 에어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차가운 기온이 유지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2.경기도 부천에 사는 안모 씨(59·여)는 임신한 딸이 와서 너무 덥다며 에어컨을 설치해 줬지만 딸이 간 후에는 전기요금 걱정에 밖으로만 돌고 있다. 안 씨는 "노인정이나 동사무소 등을 찾아가 하루종일 보내다 온다"며 "전기요금 걱정에 오히려 밖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 요금 폭탄'에 대비해 다양한 자구책을 벌이는 이들이 폭염 기간에 늘어났다. 이들은 선풍기 등 냉방 상품들을 사들여 에어컨 가동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집을 떠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정부가 누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어도 그 폭이 크지 않은 만큼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선풍기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일산업의 선풍기 판매량은 12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0% 증가했다. 대표 상품인 좌석용 선풍기 판매량은 15% 증가했다. 특히 올해 7월은 선풍기 판매량(특수팬 포함)이 50만대로 지난해 33만대보다 약 50%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에어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도 인기를 끌었다. 바람을 근거리에만 전달하는 선풍기와 달리, 에어 서큘레이터는 가까이 있는 찬 바람을 멀리까지 빠르게 보내 공기를 순환시킨다. 신일산업은 블랙라벨 에어 서큘레이터를 출시해 출시 50일만에 누적판매량 10만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네이도, 소니와 파나소닉 등도 에어서큘레이터를 출시하고 있다. 실내 온도를 2~3도 낮추는 효과와 함께 곰팡이 생성을 제거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제습기도 어느 정도 냉방이 이뤄졌다면 온도 유지에 도움을 준다. 제습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구동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기온이 낮춰지면 제습기를 가동하는 것만으로도 온도 유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전에 사는 주부 진모 씨(35·여)는 에어컨을 강풍으로 틀어 온도를 낮춘 다음에 제습기를 가동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어컨을 자주 청소해 효율이 낮아지는 경우가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여름에 장마가 안 와서 제습기를 괜히 샀다고 생각했지만, 에어컨으로 떨어진 온도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터리에 충전해 사용하는 USB 미니선풍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출퇴근시나 이동할 때 미니선풍기를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샤오미 USB 선풍기가 인기를 끌어 최근에는 중소기업에서도 간단한 미니선풍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예 더위를 피해 주말 하루 정도를 인근 호텔 등으로 피신하거나 PC방, 만화방, 까페 등 냉방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죽치는' 경우도 생긴다. 어르신들의 경우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 사는 한모 씨(32·남)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평일에도 집 근처 비즈니스 호텔을 종종 이용한다. 유명 호텔 체인이나 국내 유명 비즈니스 호텔 등은 쾌적하고 조용해 마음에 든다. 한 씨는 "휴식하고 싶을 때 호텔을 들러 냉방비 걱정 없이 펑펑 쓰고 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우모 씨(31·여)는 열대야로 들끓을 때 아예 만화방으로 피신해 만화방에서 업무를 봤다. 우 씨는 "까페는 얼마 못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만화방에서 쾌적하게 업무를 보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마저 어린 아기를 둔 가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기의 건강을 위해 전기세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다.
6개월 된 아기를 돌보며 육아휴직 중인 김모 씨(29·여)는 "폭염에 아기에게 땀띠가 나고 간지러워할 걸 생각하면 아기를 위해 전기세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벌써부터 전기요금이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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