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대선엿보기③] 안철수, ‘새 정치’라는 밀린 숙제

[2017대선엿보기③] 안철수, ‘새 정치’라는 밀린 숙제

기사승인 2017-01-27 10:15:05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리는 대선이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혼돈의 대선 정국에 나선 후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새로운 정치 위해 가시밭길 걷겠다”

2012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말 그대로 ‘새로운 바람’이었다. 기성 정치인에게 느낀 실망은 곧 그를 향한 기대로 바뀌었다. 청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 신드롬’이 몰아쳤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에 불과하다. 

■ 존경받던 지식인에서 이미지 구긴 정치인까지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따고 27세의 나이에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IT 산업발전에 공을 세웠다. 혁신적 지식인의 표본이었던 안 전 대표가 과거 정계 입문을 결정하자 많은 사람이 환호와 동시에 우려를 보냈다. 학계에서 혹은 타 분야에서 존경받던 인물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 이미지를 구긴 사례는 흔했으니 말이다. 

안 전 대표는 대안으로 ‘새 정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민심이 안 전 대표를 주목했던 이유는 하나다. 기존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그를 돌파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학자, 벤처 사업가의 이미지로 정치판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원했다. 그러나 현재 안 전 대표는 또 다른 기존 정치인이 되어있다. 그가 외치던 혁신에는 실체가 없었다.

■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지지율 반등 가능할까 

부진한 지지율 역시 안 전 대표의 위기 중 하나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 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9세 남녀 1007명을 대상(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9%)으로 한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4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30%, 안철수 전 대표 14%로 각각 나타났다. 다른 두 후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1%의 지지율을 얻은 문 전 대표에 비해 안 전 대표는 7%에 그쳤다. 심지어 국민의당 지지층 내에서도 문 전 대표 45%와 반 전 총장 43%에게 지분을 줘야 했다. 차기 대선 일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현재, 짧은 시간 안에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더이상 양보는 없다.”

안 전 대표의 정치 키워드 중 하나는 ‘양보’다. 그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지만,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양보의 미덕 때문일까. 안풍(安風)은 거세졌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이라는 당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양보를 결심한 이유는 ‘정치 깜냥 부족’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해 2012년 대선에서도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넘긴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다 “저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선택이었지만 기꺼이 그렇게 했고,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 왔습니다. 많은 지지자가 실망하고, 비판하고,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 인내하며 제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결심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4일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야권 연대론을 언급했다. 안 전 대표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지긋지긋하다”는 다소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선을 그었다. 그는 후보직 양보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번에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야권 단일화 없이는 안 전 대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 전문가 “뚜렷한 새 정치 행보 부재, 여전한 약점”

새 정치는 지금까지도 안 전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전문가들은 그의 혁신 본질에 의문을 가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전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사실상 양보를 했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완주 의지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새 정치 브랜드와 호남 지지기반, 원내 제3당을 이끌었다는 점 등을 볼 때 안 전 대표는 강타자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나 뚜렷한 새 정치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또 “‘나홀로 스타일’이 좀 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할 때 세를 모으고 협력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어찌 됐건 성공한 IT 벤처 기업인으로서 신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 전 총장 쇠락의 반사적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안 전 대표”라며 “과거 신드롬의 영향으로 중도 보수층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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