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기존 ‘한중일(韓中日)’ 표현을 ‘한일중(韓日中)’ 이라고 바꿔 언급하며 일본과의 관계 증진을 꾀하고 있다. 최근 급속히 진척된 한일 분위기를 반영한 표현인데 일본은 공식 문서상 여전히 ‘일중한(日中韓)’이라고 적고 있어 일본을 향한 한국 정부의 일방적 짝사랑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강조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 외무성 홈페이지 내 일중한이라는 기존 표기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외무성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제26차 아세안 정상회의 소식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일중한 정상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먼저 한일중이라고 적었지만 일본은 기존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26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하반기에도 양국이 활발히 만남을 이어가고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프로세스도 잘 진행하자”고 언급했다. 일본 역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일한중 프로세스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중 표기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관련 표기 사용에 대해 지난 6일 자카르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 들어 가치와 자유의 연대를 기초로 미국, 일본과 보다 긴밀한 기술, 정보, 안보 협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북미’보다 ‘미북’ 관계로 보고 있고 ‘한중일’보다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윤 정부의 태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홍걸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일본과 가치와 자유를 연대한다는 명목으로 한일중으로 변경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군색 그 자체”라며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보다 중국과 연대를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교는 상호주의와 상대방과의 균형이 중요한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 차원의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국격만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선 관련 표기를 한일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정부 간 협의체가 한국과 일본, 중국 순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