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고위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산업은행과 맺은 양해각서(MOU)대로 본계약할 경우 그룹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분할매입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본계약 체결일은 오는 30일까지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부실이 많은 것으로 의심되지만 산은이 우리와 협의없이 대우조선해양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실사작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각이 불발될 경우 산은에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의 비협조로 실사가 이뤄지지 못했을 뿐아니라 (산은이)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협상의 한 당사자로서 신뢰를 저버렸다”고 덧붙였다.
한화측은 또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화측은 또 사전실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도 본계약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실성이 있고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15일까지 제시하도록 한화측에 요청한 상태”라면서 “한화측으로부터 답신이 오면 추가 협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측은 그러나 “자금조달 계획을 추가적으로 제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은 특별한 조건변경이 없는 한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는 최근 산은과 자산관리공사가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의 60%만을 먼저 매입하고 추후 나머지를 사겠다는 분할매입 방안을 제안했다. 산은과 자산관리공사는 각각 31.26%와 1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일괄매입키로 했지만 신용 경색상황을 감안해 분할매입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다. 한화는 분할매입이 성사될 경우 대한생명지분 21%(1조7000억원), 갤러리아 백화점(1조2000억원), 장교동·소공동 사옥(6000억원)과 함께 현금 1조원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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