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하며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구원에 관한 물음을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와 그 안에서의 인간성 상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그린다. 그리고 인간임을 포기한 자들에 대한 구원을 묻는다.
김기덕 감독이 1996년 데뷔작 '악어' 이후 줄곧 던진 질문이자, 김기덕이라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母子)상의 제목이기도 한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
전체적인 줄거리는 사채업자 밑에서 수금 일을 하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인간 백정 같이 살아온 강도에게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는 과연 구원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영화는 김기덕 감독 특유의 작품처럼 광기를 가진 캐릭터, 가늠할 수 없는 복수심 등이 등장한다. 제 살을 베어 여자에게 먹이고, 엄마와 아들의 근친상간까지 화면에 담긴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존 그의 작품에 비해 비정상적인 설정과 묘사가 많이 줄었다는 평을 받았다.
제목으로 쓰인 ‘피에타(Pieta)’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 예술의 주제 중의 하나이다. 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떠받치고 비통에 잠긴 조각 작품으로 표현된다. 이를 표현한 조각 작품으로는 영화 ‘피에타’가 차용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이 유명하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는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중심인 돈이라는 것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와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이전 작품이 비정상적인 사랑과 권력을 다룬 것과 달리 돈에 집중한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은 “외국인, 그 중에서 유럽 사람들은 내 작품을 잘 이해한다”고 자주 말한다. 유럽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피에타’가, 그의 말대로 ‘새로운 출발’이 될지 영화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악어' '섬' '수취인불명' 등 초창기 작품부터 흔들림없이 이어져 온 인간의 악마성과 그 구원에 대한 탐구정신은 이번에도 여전히 강렬했다.
김 감독은 베니스로 출국하기 직전 이번 영화의 특징에 대해 "엄마와 아들이란 구도로 이야기가 이뤄져 가는데 엄마로서 미안함과 아들이 느끼는 엄마의 부재가 잘 충돌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서서히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해가는 구조"라며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현대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식인화하는 사회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