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심한 복통과 설사, 구토를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돼있지 않고 선택항목으로 분류돼있다. 이 때문인지 포털 사이트에 ‘로타바이러스’를 검색하면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꼭 맞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로타바이러스백신 접종에 대한 비용효과적 측면을 고려한 부모들의 고민한 흔적이다.
◇ 세계보건기구(WHO), 영유아 로타바이러스백신 필수예방접종포함 권고
로타바이러스의 전염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가령 100명의 영유아가 생활하는 어린이집에서 한 아이가 감염됐을 때 50명이 전염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시간 정도다.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관리에 철저한 신경을 쓰더라도 감염을 막기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5세 미만 영유아들의 95% 이상이 최소한 1회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유아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제1원인으로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로타바이러스를 지목하고 세계 각국의 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로타바이러스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김기환 연세대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병원에서도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은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는 추세”라며 “백신이 국내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로타바이러스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 장난감·핸드폰 등 딱딱한 표면 위에 수 주간 생존
로타바이러스는 대변과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어른의 손에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되거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특히 전염성뿐만 아니라 생존력도 강한 이 바이러스는
장난감, 핸드폰 등 딱딱한 표면 위에서도 수 주 간 살아남기 때문에 물고 빨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감염될 위험이 높다.
감염 시 약 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구토와 설사, 발열,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 미열을 동반한 구토증상을 보여 감기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설사가 잦거나 며칠 간 변을 보지 못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초기에 병원을 찾더라도 장염을 일으킨 주범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고 탈수로 인해 손실된 수분을 공급해주거나 해열제 등을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다. 김 교수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는 없지만 이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급성장염은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므로 쉽게 탈수를 일어난다”며 “영유아에게 심한 탈수 현상은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로타바이러스 백신 2가지… 로타텍과 로타릭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경구용 생백신으로 두 가지 종류(로타텍, 로타릭스)가 있다. 로타텍은 2개월 간격으로 생후 2, 4, 6개월에 3회 접종한다. 5가지 로타바이러스 혈청형(G1, G2, G3, G4, P1A[8])을 포함한 다가백신이기 때문에 예방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로타릭스는 생후 2, 4개월에 2회 접종하는 단일백신으로 백신접종 비용에 대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한국, 핀란드 같은 선진국의 경우는 병원, 의료시설 등이 발달되어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가 겪게 되는 지속적인 구토와 설사로 인한 고통, 보호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자비로 감당해야 하는 치료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만큼 아이의 발육과 건강상태, 생활환경 등을 고려해 의사와 상의한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