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면역력이 떨어진 어린이 4명 중 3명은 중이염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4명 중 3명이 3세 이전에 한번 이상 중이염에 걸리며 특히 중이염을 앓았던 3명 중 1명은 1년에 세 번 이상 걸리는 만큼 재발률도 높다고 보고했다.
소아에게서 중이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고막의 안과 바깥쪽 기압을 같게 해주는 유스타키오관이 성인에 비해 짧고 굵어서 그 기능이 약하다. 감기로 인해 코가 막히거나 목이 부으면 기압이 낮아져 중이강 내에 염증성 액체가 쉽게 찰 뿐 아니라 바이러스 세균 전이가 빠르게 진행된다.
환절기에 아이들이 중이염에 잘 걸리는 것은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코를 세게 풀거나 들이마시면서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콧물 세균이 중이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박홍준 소리 이비인후과 원장(사진)은 “대부분 중이염을 아이들 성장기에 한번쯤 걸리는 흔한 질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이염을 반복적으로 앓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언어습득이나 지적발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급성 중이염, 고열과 이통 호소
급성 중이염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귀가 아프고 귀에서 액체나 고름이 나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아직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영아의 경우 고열과 함께 자꾸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깨서 자지러지듯이 울기도 한다. 아기들이 분유나 젖을 먹을 때 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조금 먹다가 보채고 울면서 안 먹으려 하는 경향도 있다. 급성 중이염 환자의 10~20% 정도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발전해 고막변성이나 청력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삼출성 중이염, 주의 깊은 관찰 필요
고막 안쪽에 염증성 액체가 차는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병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소아의 경우 대개는 급성 중이염을 앓고 난 후 중이와 인두를 연결하고 있는 이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삼출성 중이염이 나타난다. 박 원장은 “소아들이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화를 잘 내고 자주 운다거나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든가 목소리가 유난히 클 경우, 또한 TV 시청 시 볼륨을 크게 높이는 등의 행동이 있으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난청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증상에 따라 수술이 고려될 수 있다. 고막에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로 유소아의 경우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기도 한다.
◇ 중이염으로 인한 청력저하, 언어-지적발달에도 영향 미쳐
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면 고막이 얇아지고 천공이 영구적으로 남아 만성 중이염이 될 수도 있다. 만성 중이염은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청력손실, 어지럼증, 안면마비 등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염증이 머리 안쪽으로 퍼져 뇌수막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청력의 이상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4세 이상 소아의 삼출성 중이염은 표현 언어 및 읽기 능력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언어 및 지적발달, 인간관계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언어습득은 청력이 정상이어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성장 및 학업능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 중이염 예방을 위해 우유를 먹이기보단 모유수유가 적합
영아의 경우 모유수유가 중이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유병을 빨면 이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돼 중이염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으니 돌 때까지만 우유병을 쓰는 것이 좋다. 또한 공갈젖꼭지 사용도 자제한다. 분유나 우유를 먹일 때 눕혀서 먹이면 중이로 분유가 들어갈 수 있어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쯤 앉은 자세로 먹이거나 안고 먹이는 것이 좋다. 유소아의 중이염은 감기 후 발생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는 게 좋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단체생활로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는 만큼 집에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얼굴과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박 원장은 “중이염 치료 시 약을 먹으면 증상이 겉으로 보아 금방 좋아질 수 있어서 부모의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기 쉽지만 중이내의 삼출액이 남아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찰을 필요로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