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들의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15일엔 KBS 오정연 아나운서가 퇴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 들어 KBS 공채 26기 이지연, 32기 이지애, 29기 한석준이 각각 지난 4월, 5월, 11월 퇴사했다. 1년도 채 안 된 기간에 벌써 4번째다. 비단 KBS 아나운서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 종합편성채널까지 아나운서들이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것은 이미 공식화됐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고 회사에서 나왔을 그들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많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으로 아나운서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주를 필두로 오상진, 최윤영, 문지애, 박지윤, 전현무, 최송현, 신영일, 김경란, 김현욱 등 셀 수 없이 많은 아나운서가 방송가와 행사무대를 휘젓고 있다. 케이블, 종편 할 것 없이 진행자나 패널로 나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성공 사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도 김성주, 전현무, 박지윤 정도다.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잊혀 가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쏟아져 나오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김성주 전례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2007년 김성주가 퇴사할 당시 그를 향한 비판은 거셌다. 2002년 월드컵 중계를 통해 스타 아나운서가 된 후 내린 결정에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프리랜서로 전향해 막대한 돈을 벌게 됐다며 ‘괘씸죄’를 들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퇴사 이후 1년 동안 그 어떤 활동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모든 비난을 감내하고 차가운 시선들이 사라지자 가끔 케이블 채널에 얼굴을 비치며 재개에 나섰다.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확실히 자리 잡은 그도 처음은 험난했던 것이다. 선임자가 있기 때문일까? 이후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전향이 쉬워졌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4월 SBS 배성재 아나운서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프리랜서 선언 계획을 묻는 DJ의 질문에 그는 “SBS 귀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 아나운서의 발언에 네티즌들이 열광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