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를 맞아 KBS가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무려 21개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25개의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이목이 쏠리는 것은 폐지 프로그램이다. 성장의 기회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란 이름으로 사라져 가는 프로그램에 ‘안타깝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가 지난 19일 20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나는 남자다는 매회 주어진 주제에 부합하는 방청객 100명을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월 첫 방송 된 나는 남자다 1회는 전국 기준 5.2%를 기록했다. 이후 5회 5%, 10회 4.9%, 15회 5.7%, 20회 5.8%로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종영일 기준 같은 시간대 2위로 마감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7.9%를 잇는 수치다. 3위는 SBS 예능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다. 4.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5%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기존 금요일 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성적이라 볼 수만은 없다.
유재석이 뒷심을 발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안타까운 점으로 꼽힌다. 나는 남자다 종영 이후 한 시청자는 “유재석씨 방송들은 원래 초반보다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서가 최곤데 첫 회부터 본방송 봤는데 요새 재밌었어요. 아쉽네요”라는 의견을 남겼다. 지금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 불리고 있는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또한 방송 초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두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네티즌들은 “점점 재밌어지는데 아쉽다” “유재석은 뒷심이 센데 좀 더 믿어보시지” “이제 좀 자리 잡나 했는데 너무 성급하지 않나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10여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재석이라면 위기를 곧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는 평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은 KBS 1TV도 마찬가지다. 1969년부터 시작한 ‘명화극장’은 45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명화극장은 매주 금요일 밤 12시35분 국내외의 다양한 우수 영화를 소개했다. KBS는 명화극장 폐지 이유로 “내부 콘텐츠 집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서 깊은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던 ‘파노라마’ 역시 폐지된다. 다행히 후속은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지난해 KBS의 4대 다큐멘터리를 통합해 만든 파노라마가 채 2년이 되지 못하고 폐지된다는 것은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빈번한 폐지는 기존의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와 고유성을 해친다.
개혁을 위한 과감한 변화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슷하게 바뀔 거면 뭣 하러 바꾸느냐”는 지적은 생각해 봐야 한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