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하지만 또 공부만큼 어려운 것도 없죠. 체력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의지도 항상 다잡아야 합니다. 이럴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학원입니다. 최근 한 공무원 학원이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과한 규정 때문입니다.
복도에 줄지어 양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단체로 맨손운동을 하나 싶겠지만 사실은 벌을 서고 있는 겁니다. 최근 ‘지각하면 벌서는 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이 사진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퍼졌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이 학원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학원의 규정은 빡빡합니다. 일단 오전 7시30분까지 출석하지 못하면 30분 동안 ‘손들고 서 있기’를 하거나 ‘앉았다, 일어났다’를 100번 해야 하네요. 학원 건물 안팎에서 남녀 간의 대화는 물론 함께 다니는 것도 금지입니다. 이 역시 적발되면 앉았다, 일어났다를 100회 해야 합니다.
생활 규정에는 자습시간 중 화장실 이동을 하루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화장실 갈 때, 나가는 시간과 들어오는 시간을 기록부에 적은 후 강사에게 고지해야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시간만큼 당일에 보충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이른바 ‘스파르타’ 식 교육을 하는 것 같네요. 이 밖에도 많습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볼까요? “자기 돈 내고 학원 다니면서 왜 저러고 있나요?” “애도 아니고 자기가 잘못한 일에 책임지지 못 하고 남이 지시하는 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니” “시키는 학원도 제정신인가요?” “저 학원은 무슨 권한으로 저러는 거죠?” “학교보다 더하네” 등의 글을 올렸네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본인들이 원해서 간 거니 할 말은 없네요” “싫으면 다른 학원을 가면 됩니다”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적당하겠어요” “강압적인 분위기 수업에 길들여져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등입니다.
학원 관계자는 “한국의 취업 현실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생들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공부하기가 어렵다”며 “학생들의 관리차원으로 다른 방법도 다 해봤다. 말로 타일러도 보고 벌점제도도 도입했지만 효과가 생각만큼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벌을 세우거나 하는 것은 학생들의 동의 하에서만 한다. 학원에 처음 들어올 때나 벌을 줄 때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설명해준다. 형태는 강압적이지만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상당히 친절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호 합의로 진행된 일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이 이렇게라도 공부 해야만 하는 현실이라니 씁쓸하기만 하네요. 오늘도 공부에 여념이 없을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