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던 국방부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가족들은 낙심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다리를 심하게 저는 것만 보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본보에서 사연을 처음 보도했던, 작전 수행 중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해 다친 곽모(30) 중사 이야깁니다. [관련기사 보기]
[단독] 목함지뢰 피해자와 왜 이리 다른가…'1년 전' DMZ 지뢰사고 장병의 '눈물'
제21보병사단 공병대대 3중대 소속 곽 중사는 지난해 6월18일 오전 11시 상급 부대의 지시로 부대원들과 함께 DMZ에서 불모지 작전을 수행하던 중 M14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원인 미상’의 지뢰에 의한 폭발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곽 중사는 우측 발바닥에 개방성 골절, 거골(목말뼈) 골절, 구획증후군 등으로 그해에만 4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현재도 비복신경(장딴지 신경) 손상으로 인한 지속적인 다리 통증으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다친 것도 모자라 곽 중사는 수술비를 포함한 치료비 1950여만원 중 건강보험공단 부담 1000만원을 제외한 950만원을 자비로 해결했습니다.
이유는 ‘공무상 요양비’ 제도에 있습니다. 현역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해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국가에서 진료비를 보전해주는 이 제도는 최대 30일의 병원비만 지원해줍니다.
지난 9월2일 본보의 단독 보도 이후 국방부는 곽 중사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소식을 제일 반가워하던 사람은 곽 중사의 가족들이었습니다. 당시 가족들의 반응을 요약하자면 ‘한시름 놓았다’는 표현이 알맞겠네요.
기자는 곽 중사의 누나, 어머니와의 첫 인터뷰를 기억합니다. 그의 누나는 경기 파주시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크게 다친 김모(23) 하사와 하모(21) 하사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동생과는 너무 다른 국방부·정부의 태도가 야속하다는 의미였습니다. 곽 중사 어머니와의 인터뷰는 한숨, 호소, 토로의 연속이었습니다.
잠시나마 기뻐했던 가족들은 다시 상심에 빠졌습니다. 국방부 견해가 달라졌습니다. 군에 남기로 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편지뿐이었습니다. 그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빼곡한 편지를 언론사와 정당에 보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언급으로 사고는 다시 세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방부의 치료지 지원 약속은 처음과 달라졌고 부대 내에서 장병 기본급을 징수해 곽 중사에게 격려비 지원을 했다는 소식,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취재 당시 국방부에 곽 중사 사고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공무상 요양비 제도를 완벽한 법률이라 할 수 없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쉽게 개정할 수 없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었습니다.
해당 사단 관계자도 기자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다 했고 치료비 개인 부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모금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모금운동은 위로금 차원에서 그때부터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곽 중사 치료비가 부대원들의 급여에서 갹출 됐다는 의혹은 진실과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심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부대원 성금 및 지휘관 격려비는 21사단이 전 장병의 기본급에서 0.4%를 징수해 조성한 것”이라며 “국방부 말로는 ‘개인 희망에 의한 자율모금’이라고 하고 있으나 사실상 강제징수”라고 곽 중사 사고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사단 얘기는 다릅니다.
사단 관계자는 17일 “격려금은 강제징수가 아니라 자율적 ‘모금’이었다. 실제로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간부들 사이에서만 있었던 모금 운동이기 때문에 ‘전 장병’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직업 군인’인 하사관급 이상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 몇 만원의 월급이 나오는 사병들은 모금에 동원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어 관계자는 “소령 1만1000원, 중령 1만5000원, 준장 1만9000원, 소장 2만원 등 계급별 모집 기준액도 그저 기준 제시 금액일 뿐이다. 나도 해당 금액 보다 덜 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급여에서 일률적으로 공제해 성금을 모금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각 대대에서 현금 혹은 대대 계좌로 돈을 모아 연대급으로 통합 후 연대계좌에서 사단계좌, 다시 사단계좌에서 곽 중사의 계좌로 넣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로 차원에서 동료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이 오해로 비쳐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당시 DMZ에는 곽 중사를 포함, 4명씩 2개 조로 나뉜 8명의 병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상을 당한 사람은 곽 중사뿐입니다. 솔선수범 자세로 선두에 나서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곽 중사가 치료비를 자가 부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지러운 상황일수록 사실은 명확하게 짚어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본보는 지금껏 기획성 기사와 단신을 통해 곽 중사 사고를 조명해왔습니다. 지속해서 해당 사고 관련자들과 연락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국방부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곽 중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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