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가 힘들다는 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출근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 달리기를 한 후 혹은 감기 때문에 코가 꽉 막혔는데 편도선까지 부어올랐을 경우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자고 일어났음에도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한 ‘타임슬립’ 영화처럼 숨 가쁜 고통은 끝이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다.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도 있다. 당연한 듯한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사각지대 한가운데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4년째 방치돼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 병도 아니요,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해 얻은 후천적 장애도 아니다. 이건 사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고 피해자’가 하소연할 곳이 없다. ‘내가 대체 왜 이런 병에 걸린 것인가’ 물어보면 정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곳도, 잘못을 인정하는 곳도 없다. 그들은 점점 ‘귀찮은’ 존재가 돼간다.
‘S 제조사’가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2009년 봄부터 사용한 피해자 A씨(37·여)씨는 지난 10월 이 두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당시 다섯 살 난 아이와 함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고, 2010년부터 호흡기 질환 등이 발병하기 시작해 2013년에 두 사람 모두 정부에서 지정한 피해 4등급 판정을 받았다.
애경 고객센터와 통화하던 A씨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법무팀과 연결됐다. A씨가 묻고 싶었던 건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 유해화학물질 CMIT(클로로 메틸이소티아졸린)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린)에 대한 호흡독성검사 결과와 이를 안전하다고 판단한 애경의 판매 근거였다.
하지만 애경은 “우리는 S 제조사에서 받은 완제품을 판매했을 뿐”이라는 입장과 함께 모든 책임을 S 제조사에 돌렸다.
그리고 A씨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고객센터에서 ‘물품을 환불 해주면 되겠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고 통화 말미에는 ‘쓰다 남은 가습기 살균제를 회사에 보내준다면, 세제 등 애경 제품을 챙겨 보내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제안도 받아야 했다.
애경산업은 2015년 6월 ‘소비자중심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곳의 기업 비전은 ‘책임’과 ‘윤리성’ 등이다.
S 제조사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고객센터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소송 등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팀과 연결된 A씨는 애경에 했던 같은 질문을 했다.
S 제조사는 “가습기메이트에 들어있는 CMIT와 MIT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대답과 함께 A씨의 이름을 요구했다.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이름을 밝히지 않아’ ‘진짜 피해자가 맞는지 확인이 안 돼’ 더 자세한 답변은 힘들다고 밝혔다.
A씨의 수난은 계속된다. CMIT의 흡입 실험 기준자료를 이메일로 보내 달라 요구하자 “이름은 안 알려주면서 이메일은 알려줄 수 있느냐”는 발언이 날아 왔다. 다른 관계자는 “그걸 알아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두 회사는 기자에게 “고객 대응이 익숙하지 않은 팀이다 보니 응대에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며 “대화 과정에서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A씨를 비롯한 3, 4등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한 낙인으로 그동안의 그리고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를 구제받지 못한다. 거기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들의 냉대까지 경험해야 한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피해자는 또 갈 길을 잃는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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