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CJ그룹 회장은 2일 CJ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CJ그룹이 맞은 위기를 진단하면서 핵심 가치인 '온리원'(ONLYONE)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CJ그룹이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고금리에 따른 국내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회장은 이런 외부 경영환경 외에도 CJ그룹 내부의 문제가 크다고 진단하면서 "지금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 안주와 자만심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우선 이를 위한 경영 목표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익성 극대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사업은 글로벌 성장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4∼2026 중기계획인 그룹의 '퀀텀점프' 플랜을 도전적으로 수립해 사업별 초격차 역량, 글로벌 목표,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K-푸드, K-컬처가 확산하면서 그룹에 좋은 기회가 왔는데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런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면서 최고 인재를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책임을 지는 문화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손경식 CJ 회장의 신년사 전문
친애하는 CJ 가족 여러분,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모든 임직원 여러분과 각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그룹의 발전을 위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물어가는 2023년을 되돌아보면, 세계경제는 고금리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업은 둔화되고 제조업은 침체를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로 내수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되었고 우리 그룹의 실적도 계획대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였습니다. 일부 사업에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팬데믹 이후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CJ인 여러분, 올해 경영환경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면서 구조적 변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입니다.
미국은 리쇼어링, 완전고용, AI혁명 등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저성장에서 탈피해 성장세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국 성장의 수혜를 입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도 확장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반면, 과거 30년 동안 급부상하던 중국은 이제 인구 피크, 부동산 피크를 맞아 각종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경기침체는 피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및 뒤 늦은 전기차 대응 등 경쟁력 상실 위기와 싸워야 합니다.
글로벌 동시 침체 위험은 낮아졌지만 올해도 세계적인 지정학적, 정치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되고 또한 연말 미국 대선의 결과도 매우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국내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입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고금리에 따른 국내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우리 그룹은 이와 같은 외부 경영환경과는 별개로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과거의 위기는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 위기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 안주와 자만심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더 심각합니다.
우리는 넷플릭스, 쿠팡 등 새로운 혁신적인 경쟁자가 등장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고, 게다가 후발주자들이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는 동안 그룹의 핵심가치인 ONLYONE 정신은 희미해졌습니다. 그룹의 ONLYONE 정신은 모든 면에서 항상 최초, 최고, 차별화를 추구하고, 달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1등이 아니라 경쟁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역량을 갖춘 압도적 1등, 나아가서는 글로벌 1등이 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우리 임직원 모두가 1등을 하겠다는 절실함,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올해 2024년에는 우리 그룹의 핵심가치인 ONLYONE 정신을 재건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임직원 여러분이 올해 실천해야 할 핵심 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ONLYONE 정신 회복의 마중물로 2024년 목표를 철저히 실행하는 것입니다. 올해 경영목표로 그룹의 Value-up을 위해 수익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이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사업은 글로벌 성장을 적극 도모할 것입니다.
둘째, ONLYONE 정신에 기반해 2426 중기계획인 그룹의 퀀텀점프 플랜을 새롭게 도전적으로 수립하는 것입니다. 2426 중기계획은 단지 숫자 목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공감과 동의를 바탕으로 분명한 질적 목표를 가지고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별 초격차역량, 글로벌 목표, 그리고 구체적 실행방안 등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K-푸드, K-컬처가 확산되면서 그룹에 좋은 기회가 왔는데 우리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2426 중기계획은 그룹이 최고의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성장을 멈추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올해의 2가지 핵심 과제를 철저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문화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최고인재의 양성과 적재적소 배치입니다.
리더는 훌륭한 최고 인재를 확보하고 또한 장기 계획하에 내부 인재를 꾸준히 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책임을 지는 문화의 확산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합의된 것에 대해서는 적임자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감과 실행의지로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에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고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문화를 키워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역량있는 반듯한 하고잡이 인재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목표를 완수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들이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구성원들은 비전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자기주도적으로 몰입하고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ONLYONE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CJ인 여러분, 우리 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NLYONE 정신 재건을 통해 압도적 1등, 초격차 1등을 달성하고 목표 달성 시에도 ‘겸허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새롭게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는 기본자세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 70년 동안 CJ 그룹의 역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우리는 설탕, 밀가루 등 소재산업에서 진화하여 전세계에 K-푸드와 K-컬처를 알리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금번의 난관을 돌파한다면 CJ 그룹이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임을 확신합니다.
올 한 해도 변함없이 우리 CJ 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최고의 노력을 경주해 주시기 부탁드리며, 세계 각국의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께서 소망하시는 일들 모두 이루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