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8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 입구에 난데없이 30~40개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충남아산FC에게 축구장을 빌려준 천안시장과 그에 힘을 보탠 충남도지사를 비난하는 리본들이 붙었다. 축구장 관중석에도 비난 현수막이 난무했다. 천안FC 서포터즈들이 강력 항의하며 나선 것이다. 아산FC가 K리그 1부에 오르기 위한 중요 경기를 천안FC 홈구장에서 치러 비롯된 일이다. 천안FC 서포터즈들이 아산팀 경기를 시가 구단과 팬 등 시민의견 수렴 없이 허용한 데 분개했다.
#2. 27일 오전 아산시 고위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날 쓴 기사에 감사함을 전했다. 조금 어리둥절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아산 인구가 천안의 56% 정도인데 내년도 아산시 예산안은 천안의 74% 수준이라는 기사였다. 아산에 대기업이 많아 법인세 수입이 많고, 도시 인프라 구축으로 국도비 보조금 등이 많은 점을 들었다. 전화한 배경을 생각해 봤다. 이유는 아산과 천안을 비교한 데 있었다. 아산 입장에선 시세(市勢)가 천안에 꿇리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받아들인 것 같다.
천안과 아산, 두 도시의 보이지 않는 알력은 오래된 일이다. 두 도시는 지자체, 사회·경제·체육단체 등 제반 영역에서 상대 도시를 의식할 때가 많다. 이런 분위기는 충남의 다른 지역 출신으로 24년 전부터 두 도시를 취재권역으로 하며 지금껏 겪고 있다. 특히 2003년 경부고속철 역이름 분쟁 때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천안아산역으로 엉거주춤 낙착됐지만 앙금은 남아 있다.
두 도시는 통합 얘기가 정치인 입에서 나올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그들이 큰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시민들은 요동쳤다.
이번 축구경기장 문제도 그렇다.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아산은 9월 말 이미 두 달 후인 11월 말 자신들 경기를 다른 곳에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천안경기장 사용 요청을 경기 보름여 앞둔 이달 중순에야 했다. 천안시는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천안측 언론들이 서포터즈 반발을 전했다. 그즈음 김태흠 충남지사가 천안측 반발에 유감의 뜻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두 도시 갈등에 불을 지피는 격이다.
두 도시에는 토박이만 사는 것이 아니다. 외지 출신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은 두 도시 갈등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신경도 쓰지 않는다. 천안에 살면 당연히 전국적 명성의 온양온천에 목욕을 간다. 또 신정호 수변공원과 곡교천 은행나무길을 자주 찾는다. 아산에 살면 천안서 예사롭게 저녁 약속을 하고 태조산공원, 성성호수공원도 찾는다.
통합 논의 나올 때마다 눈에 쌍심지 켜고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노리는 감투가 줄어들까 걱정하는 이들이다. 두 도시 모두, 평범한 시민들은 이런 데 큰 관심이 없다.
이제 두 도시는 원도심에서 벗어나 천안아산역 주변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천안 서쪽의 불당동과 아산 동쪽의 탕정면은 한 생활권이 될 전망이다. 탕정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가 뿌린 홍보지를 보면, 분양할 아파트 단지가 불당동과 이어져 같은 생활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서로 이웃 도시의 아파트로 옮겨 가며 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아산 탕정의 한 아파트 3000세대가 동시 입주하자 아산은 인구가 늘고, 천안은 빠지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천안·아산은 경기도에 붙어 있고 수도권 전철이 연결된다. 접근성이 좋아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이사오는 도시들이다. 다른 시·군과 달리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천안 70만명, 아산 4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는 건, 외지 출신 시민이 많아지는 걸 뜻한다. 누구든 애향심은 좋지만 배타적 애착은 금물이다. 많은 시민들이 ‘천안·아산 상생 협력’을 원하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