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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남자와 여자는 처음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12초 만에 결혼을 약속한다. 5초 후 남자가 여자를 배신하고, 7초 후 이들과 얽힌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숨을 헉헉 몰아쉬며, 정신없이 내용을 전개하는 인물은 바로 연기자가 아니라 개그맨이다.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KBS 2TV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인 ‘끝장TV’는 막장 드라마의 개연성 없이 빠른 속도를 희화화해 시청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굳이 드라마 제목을 드러내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과 출생의 비밀이 숨겨진 MBC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 등이 개그 소재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MBC ‘개그야’도 자사 프로그램인 ‘황금어장’의 한 코너인 ‘무릎팍 도사’를 패러디한 ‘가슴팍 도사’를 18일부터 방영한다. 새롭게 선보이게 될 ‘무완도전’ 역시 MBC ‘무한도전’을 패러디한 코너다. 여섯 명의 개그맨들이 ‘무한도전’의 실제 멤버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전진 노홍철을 똑같이 재연한다는 설정이다.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를 제치고 지난 13일 시청률 20.8%을 기록한 ‘개그 콘서트’는 패러디 천국이다. ‘꽃보다 남자’ ‘달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도 모비틀어 탄생됐다.
이 같은 방송 프로그램 패러디 열풍에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쉽게 형성한다는 장점 이면에 자기 복제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원작을 비틀고, 풍자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만들기 보다 단순한 캐릭터 답습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김성수씨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방송사는 새것을 추구하는 데 따르는 불안감이 있다”며 “기존의 성공했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으로 빚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