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범죄사실 확정이 이뤄지지 않아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 체포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는 생물과 같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며 “금요일(17일)까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계좌추적결과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브리핑 역시 거침이 없었다. ‘수사진전의 디딤돌’ ‘권 여사의 거짓말’ ‘사법방해’ 등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강도높은 단어를 사용해 가며 노 전 대통령측을 압박했다.
검찰로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와 3억원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노 전 대통령측이 권 여사가 빌렸다고 해명하는 바람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상황을 타개하는 단비와 같은 수사결과였다.
반면 노 전 대통령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태의 파장에 따라 그동안 해명했던 내용이 송두리째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만큼 검찰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분주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검찰의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우리도 나름대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검찰이 밝힌 부분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주장대로 권 여사가 거짓진술을 했는지 여부는 좀 더 봐야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5시간여 동안 정 전 비서관 체포와 노 전 대통령 소환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에 맞춰 상황을 반전시킬 또 다른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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