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의장과 이경원(43)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최은아(36·여) 선전위원장이 2004년 11월∼2006년 8월 수차례 평양과 개성을 방문하기 위해 제출한 방북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당국의 승인을 받고 범민련 남측본부, 통일연대라는 이름으로 2005년 9월 광복 60주년 기념 평양문화유적 참관을 위해 방북했다. 2007년 11월에도 방북 승인을 받고 통일연대의 수해지원사업 평가를 위해 개성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의장 등은 지난 24일 합법적 남북교류를 가장해 북한공작원과 비밀 접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통상 북한을 방문하려면 국정원, 통일부,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유관기관 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북 신청이 거절되면 북한을 방문할 수 없다. 당시 법무부는 이들이 범민련 활동 전력이 있어 방북을 승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국정원은 이들의 성향을 알면서도 방북 허가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대공 업무가 주 업무인 국정원은 이들이 범민련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며 “당시 남북교류협력 분위기가 강해 (방북을)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 등을 기소한 검찰은 당시 통일부와 국정원이 어떤 경위로 방북신청을 허가했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수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국정원 수사를 바탕으로 기소만 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이들의 방북 허용 과정에서 찬성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며 “범죄사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스스로 방북승인을 해줬던 인사들을 정권이 바뀐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에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이 의장 등이 허가받은 방북 목적과 다르게 행동했다면 국가보안법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며 “국정원 수사와 검찰의 기소에 무리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이들의 방북을 조건부 찬성으로 허용했고 방북 목적과 실제 행동이 달라 수사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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