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뇌물용 웨빙

[베이징 라운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뇌물용 웨빙

기사승인 2009-10-04 16:54:01
[쿠키 지구촌] 중추제(中秋節·추석) 때 중국에서 즐겨 먹는 ‘웨빙(月餠·월병)’은 우리의 송편과 비슷하다. 원형 모양의 과자 종류인 웨빙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중추제 때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달을 보면서 웨빙 먹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중추제를 앞두고 중국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선물이 웨빙이다. 주요 상점이나 백화점 등엔 각종 웨빙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웨빙의 빙이 ‘빙(病)’이 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에선 ‘진빙(金餠)’, ‘인빙(銀餠)’이란 말이 유행한다. 웨빙을 금이나 은으로 만든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웨빙을 너무 많이 선물로 받기 때문에 종종 폐기처분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단 씹어 보고 버리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포장용기를 금으로 만들어 뇌물로 선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 뇌물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직접 주문 제작한다고 한다. 수십만위안(수천만원)짜리 웨빙이 등장하는 이유다.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웨빙 중에는 고가도 있다. 이번 중추제를 앞두고 상하이 한 고급 호텔에서는 1만8868위안(325만원)짜리 웨빙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이 선물세트에는 웨빙 뿐 아니라 15년산 고급 중국술 우량예(五粮液)와 전복, 상어지느러미 등이 포함됐다.

당국에서 매년 중추제를 전후해 웨빙의 포장규격 등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지만 뇌물용 웨빙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웨빙이 아닌 다른 뇌물용 선물세트로 둔갑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중국에서는 9만9990 위안(1720 만원)짜리 ‘황금 게’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난징의 한 게 양식업자가 내놓은 이 선물세트는 300g짜리 숫게와 200g짜리 암게가 들어 있는데, 포장 용기에 금 335g을 사용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금은 보석이 들어있는 호화 웨빙은 대부분 뇌물의 도구로 사용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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