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판 오바마 걸, 알고보니 철저히 계획된 것

[단독] 중국판 오바마 걸, 알고보니 철저히 계획된 것

기사승인 2009-12-09 17:26:01

[쿠키 지구촌] 중국판 ‘오바마 걸’은 철저히 계획된 연출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오퉁(交通)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왕쯔페이(21·사진)는 지난달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이에서 대학생 등을 상대로 한 타운홀 미팅 이후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 바로 뒤쪽에 앉아 있던 그는 빨간 외투를 벗는 모습, 검은색 정장차림, 미팅 도중 머리를 다듬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빨간 외투의 중국판 ‘오바마 걸’로 지칭됐다. 인터넷에서는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09년 최고의 인터넷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부 방송에서는 그에게 잇따라 출연을 섭외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철저히 기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인터넷명 ‘디얼(第二)’은 “이번 사건은 세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며 사건 전말을 폭로했다고 우한신보가 9일 보도했다.

디얼에 따르면 왕쯔페이는 사업을 하는 남자친구가 10만 위안(1700만원), 한 인터넷 기획사가 10만 위안을 각각 투자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 그와 남자친구, 인터넷 기획사는 그가 앉는 자리를 오바마 대통령 바로 뒷자리, 카메라 촬영이 가장 잘 되는 곳으로 잡았다. 또 빨간 외투와 검은 정장을 입는 것부터 외투를 벗는 시간, 머리를 다듬는 시간 등도 모두 철저한 계획 아래 의도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올 초 대형 연예인 선발 쇼에 참가했지만 선발되지 못했다고 한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인 지난달 초 한 신문사 사진기자인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 방중 일정을 알고 있는 그 사진기자는 “하룻밤에 일약 스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번 일을 제안했다. 결국 인터넷 스타가 되면 연예인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 그는 남자친구, 인터넷 기획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 일을 실행했다.

왕쯔페이는 이 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건 진상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는 “매우 죄송하다. 처음부터 모두를 속이고 나를 과대선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의 꿈은 연예인이 되는 것으로 나 자신을 과대선전할 필요가 있었다”며 “욕을 하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욕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참회의 글도 남겼다. 그는 “현재의 생활은 매우 혼란스럽고,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결국 헛된 일만 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에는 “아무리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짓을 할 수 있느냐” “어떤 감독도 이런 사람은 연예인으로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등 그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사진=화룡망 홈페이지 화면 캡처 jsoh@kmib.co.kr
고세욱 기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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