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 낳고 싶어요’ 언제까지 검토만 하실 겁니까.

[기자수첩] ‘아이 낳고 싶어요’ 언제까지 검토만 하실 겁니까.

기사승인 2017-11-25 00:06:00
정부의 난임 정책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보면 정부의 난임 정책을 기다리는 예비맘들의 간절한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작성자 ‘예비맘’은 “난임 환자는 한달 하루가 시급합니다. 언제까지 검토만 하실 겁니까. 올해도 한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불합리한 난임 정책으로 수많은 난임환자가 아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기존 지원을 다 사용한 사람들은 자비만 몇 천씩 지출한 사람입니다. 더 이상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작성자 ‘난임’은 “난임은 국가가 책임진다면서요. 난임환 자들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앞뒤 안 맞는 정책 때문에 난임 부부들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8회차 난임 시술을 하고 있지만 주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늘어가고 메디컬푸어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마음의 그늘은 커지기만 합니다”라고 전했다.

작성자 ‘엄마이고싶다’는 “도대체 난임 건강보험정책 수정발표는 언제하는지요. 기다리다 지쳤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다음주부터 6차 시험관아기 시술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대로 포기를 해야 할지. 첫 아이만이라도 제발 횟수제한 횟수연계 폐지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들은 너무 힘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작성자 ‘난이아빠’는 “지난 국정감사 때 난임정책에 대해 숙고해 다시 발표하신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정책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이가 있는 관계로 시간이 급해 예전보다 높아진 비용으로 며칠 전 다시 시술을 했습니다. 지난달에도 자유게시판에 제안 드렸듯이 수정안은 기존 시술 횟수 연계 및 나이제한 폐지 또는 완화입니다. 첫 아이만이라도 낳고 싶습니다. 부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작성자 ‘대실망’은 “기다린 보람 없는 난임정책. 10월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건보적용 받으며 경제적인 부분이라도 도움 될까 기대햇것만 정말 화가 치민다. 결국은 또 대출신청을 해야 하는 건가. 시술비도 너무 비싸요. 아이 낳고 싶어요. 경제적인 부분이라도 걱정 안하며 시술받게 도와주세요. 너무 힘듭니다”라며 분노와 호소를 담았다.

작성자 ‘아이를원해요’는 “정말 하루하루 목을 조여 오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좋은 소식좀 있으려나. 난임정책 개선은 언제쯤 난임부부에게 희망으로 와줄 수 있는 건지. 난임도 질병입니다 치료 가능한. 보건소 갔을 때 이제 보험으로 되서 오지 않아도 되실 거라는 안내를 받고 10월만 기다려온 난임부부들 많으실 텐데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린 기분입니다. 난임정책 수정해주세요 제발”이라는 간절함을 전했다.

위의 글들을 보면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난임 시술 비용부담이 얼마나 큰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에 화가 많이 나 있음도 알 수 있다.

다음 글을 한번 보자. 글쓴이 ‘서울예비맘’은 최근 언론에 나온 보건복지부 과장의 답변을 일일이 반박했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임 시술을 한 해 1~2번 받는다면 거의 본인부담이 없게 된다’는 답에는 분노를 담아 반박했다.

서울예비맘은 “참으로 안일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입니다. 난임환자들은 한달한달 몸상태가 다르고 급한데 한해 1~2번만 받으라니요. 그리고 건강보험 적용 후에도 시험관시술 한번 받을 때마다 150~200만원의 본인부담금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모니터링 하고 계신 거 맞는지요”라며 강하게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민들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특히 여성이 아이를 낳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출산정책이 아이를 낳지 않는 환경만 개선해서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불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도 고려돼야 제대로 된 출산정책이 되는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들이 보건복지부에 이 정도의 분노와 호소를 하고 있다면 주무부처로서  좀 더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좀더 정책 담당자는 현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기를 기대해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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