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과 해변길, 솔향기길과 안면송길 그리고 유적지가 많다. 관광객은 숙소와 가까운 곳을 선택하여 한가롭게 걸으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우리는 안면 부근에 있는 한 호텔에서 1박을 하면서 여유와 낭만을 느끼며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몇 년 전에는 솔향기길을 걸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문에 기름 제거 작업을 하려고 만든 길이 이제는 아름다운 둘레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번에는 태안 해변길을 선택하여 일부 구간을 걷기로 했다. 해변길은 총 97km로 바라길, 태배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 등이 있다.
우리 부부는 신두리 사구가 멋이 있어서 바라길 일부와 천리포 수목원이 있는 소원길 일부 구간을 걸었다. 자동차를 가지고 가서 왕복구간을 택하여 걸었기 때문에 길게 걷지 못하여 아쉬움이 많았다. 신두리 사구가 있는 곳은 정말 아름답고 특이하다. 고운 모래 언덕이 있어서 어린 자녀와 함께 오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10년 만에 다시 찾았더니 위락시설과 편의시설을 잘 정비하여 이용하기에 편리하였다. 신두사구는 북서 계절풍을 받아 강한 바람에 모래가 바람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언덕을 이룬 퇴적지형이다. 사구, 사구초지, 사구습지, 사구임지 등 사구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특성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구지대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내륙과 해안을 이어주는 완충역할과 해일로부터 보호기능을 하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세계 최대의 모래언덕이 만들어져 있어 독특한 생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신두리 해수욕장 백사장과 해안사구를 걷는 묘미가 독특하여 재미를 더해 주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처음에는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2009년부터 일반에 공개를 하였지만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입장시간은 하절기(4~10월)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체온을 측정하고 전화번호와 이름을 기록하고 입장을 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출신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는 1979년 귀화하여 민병갈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1945년 미군 정보장교로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군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정착하였다. 1962년부터 사재를 털어 천리포 해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매입한 부지에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을 식재하여 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총 62ha의 부지에 본원에 해당하는 밀러가든과 생태교육관,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누어 다양한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1979년에는 재단법인으로, 1996년 공익법인으로 설립 인가를 받아 운영해오고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천리포 수목원을 산책하며 해변을 따라 난 길을 거닐다가 차를 마시며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즐거움에 빠졌다. 고요한 숲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며 풀벌레와 새소리, 파도와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800권을 우리 아파트에 기증하여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초대 관장으로 봉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에 작은 도서관이 있음을 보고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어 마음의 양식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목원 구경을 다하고 난 다음에 매장에 들려 고무나무 화분을 사 가지고 왔다. 집에서 정성껏 키워 제법 많이 자랐다. 시조시인 이석규 교수가 ‘눈엽(嫩葉)’을 감상하며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연두색 어린잎을 재미있게 바라본 적이 있었다.
태안에는 음식문화가 잘 발달되어 어느 곳이나 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1박 2일 여행 일정에 따라 첫날에는 안면에서 점심으로 해물칼국수를 간단하게 먹었다. 저녁 식사는 아내가 원래 간장게장을 좋아하여 간장게장 정식을 먹으려고 계획을 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음식점이 있어서 차로 이동하여 한 음식점을 갔다. 우리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려고 게국지를 주문하였다. 게국지를 처음 먹어보는 아내가 여러 번 음식 맛을 칭찬하여 다음에 다시 와서 게국지를 먹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간편식으로 누룽지탕으로 해결하고 신두리로 출발하였다. 신두리와 수목원을 관광하고 점심식사로 영양굴밥을 먹었다. 주부들은 여행을 하면 밥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으니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올 연말에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다시 한 번 오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가족 단위로 승용차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대천IC로 나온 다음에 보령해저터널을 지나 영목항과 안면 자연휴양림, 꽃지 해수욕장, 서산 방조제 등을 구경할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