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31일 오후 4시 20분경 완도읍의 한 상가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하지만 출동한 읍내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특이사항이 없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해산시킨 후 철수했다.
의자에 앉아있거나 매장 내 진열 상품을 둘러보고 있던 사람들이 ‘도박이 없었다’고 답을 했고, 도박 흔적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도착 당시 상가 앞에 묶여 있던 2마리의 개가 심하게 짖어 출동 사실이 노출돼 도박판을 정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인적이 드문 외진 곳임에도 매장 안에는 7~8명의 남성들이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는 등 의심 정황은 충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복 차림의 완도경찰서 소속 A 경위가 출동 경찰을 등지고 매장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왔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매장에 CCTV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영상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A 경위는 ‘출동 경찰이 자신으로 인해 불편할까 봐 몰래 빠져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경찰 도박 신고 관련 행동 요령에는 내부진입 전 출입구 등을 봉쇄하고 채증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해당 사안에 대해 감찰을 진행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장 CCTV 영상 확보가 불가능하고, 신고자가 ‘소문을 듣고 신고한 것’이라고 진술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도박 신고 현장을 몰래 빠져나왔던 A 경위도 도박 혐의를 부인해 초동조치가 부실했던 출동 경찰과 함께 ‘직무교육’으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출동한 경찰을 등지고 몰래 빠져나와야 했던 A 경위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한 규명과 출동 경찰의 부실한 대응으로 ‘제 식구 봐주기’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많이 부족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A경위 등 5명이 테이블에 앉아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고 주변에 3명가량이 구경하는 상황이었으며, 마스크는 아무도 착용하지 않았다. 당시는 5인 이상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4시 20분경, 해남읍 고도리 해남한국병원 인근 인적이 드문 골목에 강아지 4마리가 종이상자에 담긴 채 버려졌다는 신고가 읍내파출소에 접수됐다.
인근 상가 CCTV에는 이날 오후 1시 29분경 여성 2명이 종이상자를 버리고 가는 장면이 촬영됐고, 뒤늦게 버려진 강아지를 확인한 인근 상가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것.
20~30분 후 출동한 4명의 경찰관들은 해남군에 연락해 강아지를 인도한 뒤 돌아갔다.
신고 주민은 유기 당시의 CCTV 영상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동물보호법에 처벌조항이 없다’며, 영상 확인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몇 달 전에도 강아지 8마리가 버려져 있어 신고하고, CCTV 영상을 찾아 확인을 요구했지만, 당시에도 같은 이유로 그냥 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잦은 동물 유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인근 또다른 주민이 이날 밤 112에 신고한 후에야 야간근무자로부터 ‘처벌 대상’이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2020년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유기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강화됐다.
주민들은 이후에도 현장 늑장 출동, 증거 확보 소홀 등 경찰 대응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민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바뀐 법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오기 전에 확인했는데 처벌 근거가 없다’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 게 더 화가난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개정된 법을 잘 몰랐던 것일 뿐 거짓말을 한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사건을 담당한 해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는 동선 파악 등 수사를 벌여 강아지를 버린 여성들을 검거,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12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