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업 ‘멜라카 스튜디오’, “‘애니 먹방’으로 세계로”

대구 기업 ‘멜라카 스튜디오’, “‘애니 먹방’으로 세계로”

첫 콘텐츠 전시회 참가 후 지자체 등과 계약 잇따라 
외식 업체 마케팅에 이어 지역 특산물 홍보에도 활용

기사승인 2022-09-23 17:21:50
대구 콘텐츠 기업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 (최태욱 기자) 2022.09.23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인정받는 시대가 열렸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기존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비영어권에 문을 열어준 적 없는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장벽마저 허물면서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칸 영화제에서도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한국의 가요와 영화, 드라마에 이어 웹툰, 웹소설 등도 호평을 받으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가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09.23
세계 최고 꿈꾸는 대구 콘텐츠 기업 ‘멜라카 스튜디오’의 탄생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입주 기업인 ‘㈜멜라카 스튜디오’의 최종 목표도 글로벌 시장 석권이다.

지난 2020년 1월 서울에 본사를 둔 IT 관련 회사에 다니던 구재호(35) 대표가 김태현(37) 이사에게 창업을 제안하면서 ‘멜라카 스튜디오’ 역사는 시작됐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구재호 대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보고 싶었고, 콘텐츠 산업 시장의 사업성 확신하게 되면서 과감하게 창업을 제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 대표의 패기에 찬 제안에 김태현 이사도 흔쾌히 합류했다. 그러나 시작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사무실도 없이 커피숍 등에서 만나 창업 전략을 세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창업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비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등록했다.

두 사람은 합숙을 하다시피 모텔에서 함께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같은 해 3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가 이들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손을 잡아줬다.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신감을 갖고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이 기회가 된 것이다. 

센터 담당자에게 창업 계획을 설명하고 심사를 받은 뒤 5명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의 사무실을 지원받았다. 

센터와 첫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과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고 있다.

2020년 5월, 멜라카 스튜디오는 이렇게 탄생했다.

김태현 이사는 “구체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일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덕분에 콘텐츠 기업에게는 최적의 장소인 동대구 벤처밸리에 둥지를 트게 됐다”고 말했다.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가 자사가 제작한 애니 먹방 콘텐츠를 보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09.23
‘애니 먹방’, 지역 특산품 홍보에도 활용
멜라카 스튜디오는 흔히 ‘먹방’이라 부르는 콘텐츠를 툰(cartoon)으로 만드는 이른바 ‘애니메이션 먹방’, ‘애니 먹방’, ‘먹방툰’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애니 먹방’은 사람이 직접 제작하는 ‘유튜버 먹방’의 부작용과 거부감 등의 리스크를 없앤 것이 장점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세대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리점, 일반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 등이 주로 마케팅 홍보 영상으로 많이 제작한다. 

최근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멜라카 스튜디오는 최근 수도권과 대구·경북에 있는 지자체, 대기업 등과 연간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를 제작·납품하고 있다.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가 직원들과 전시회 홍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09.23
콘텐츠 전시회서 두각 드러낸 ‘멜라카 스튜디오’
멜라카 스튜디오가 계약의 물꼬를 트게 된 것도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센터의 권유와 지원으로 지난 2021년 큰 기대 없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참가한 것이 첫 계약으로 이어졌다.

멜라카 스튜디오는 올해도 이 전시회에 참가해 여러 기관·기업들과 상담을 갖고 계약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오는 9월 31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2022 대구콘텐츠페어(2022 DCCF)’ 참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멜라카 스튜디오는 올해 5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로 대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현 이사는 “전시회에 참가하고 2년 연속 크고 작은 성과를 얻게 되면서 영업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며 “첫 전시회 참가 이후 가급적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회에 참가해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영업력이 없는 창업 초창기 콘텐츠 기업에게 전시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몰라”
창업 초기에는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힘든 시기가 닥칠 때마다 현명하게 극복하며 기업의 맷집을 키워야 된다.

김 이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특히 공동 창업의 경우에는 사소한 일로도 서로 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업무 분장으로 각자의 전문성이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멜라카 스튜디오는 자체 유튜브 채널에 ‘애니 먹방’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면서 국내외 잠재적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가 자사가 제작한 애니 먹방 콘텐츠를 보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09.23
멜라카 스튜디오는 대구 콘텐츠 기업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있다. 

김 이사는 “지역에서도 글로벌 유망기업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글로벌 비즈니스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콘텐츠 창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구 콘텐츠 기업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지역 내 금융·인프라 지원이 한층 더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물보다 더 먹음직스러운 그림…입맛을 사로잡다
멜라카 스튜디오는 게임과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 분야 확장을 검토 중이다. 

김태현 이사는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와 영업 전력을 펼칠 계획”이라며 “‘애니 먹방’으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회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미국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작품 중 먹는 장면만이라도 협업으로 참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는 멜라카 스튜디오 김태현 이사.
 
실물보다 더 먹음직스러운 그림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멜라카 스튜디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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