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간접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채널이며, 작품을 몰랐던 이들도 직접 플레이하고 싶게 만들어 준다”
활동 10년 차를 맞이한 게임 스토리 전문 채널 ‘GCL(지씨엘)’에 대한 평가다. GCL은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 실력으로 게임 속 이야기를 전하는 팀으로, 국내 게이머라면 모를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입지를 다진 유튜브 채널이다.
GCL은 게임이 가진 스토리를 간단하게 요약해 전달하는 것만이 아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 전율, 감동 등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게임 플레이 경험’을 영상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구독자들은 영상을 시청한 것만으로도 그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본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GCL은 게임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싶은 한 대학생의 창작 활동에서 시작됐다. ‘겜프의 게임이야기’라는 블로그와 ‘나는 게이머다’라는 영상으로 유명해진 그는 한 기업인에게 스카웃돼 빅픽처인터렉티브 공동 창업자가 됐다.
꾸준하게 게임 스토리를 구독자에 전하고 있는 이종규 GCL 팀장을 18일 서울 독산의 빅픽처인터렉티브 사옥에서 만났다.
채널명인 GCL은 ‘게임 컬쳐 리더’라는 뜻이다. 이 팀장은 “게임이라는 문화가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이고 멋진 모습을 알리는 것이 어쩌면 게임 문화를 선도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유튜버 활동을 계속해 온 이유를 밝혔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하자’는 그의 생각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통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게임과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 관계 없이 구독자들이 즐겁게 들을 이야기라 생각되면 모두 스토리텔링 대상으로 삼은 결과, GCL은 게임 스토리텔링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채널로 성장했다.
인기 있는 작품은 아니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보석 같은 게임을 발굴해 소개하는 집념, 게임을 전혀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편집하려고 노력한 결과는 얼마 전 100만 구독자 달성으로 드러났다. 구독자들은 GCL이 소개하는 게임들을 믿고 본다. 채널의 체급이 커지다 보니 무명 게임도 이들이 플레이해서 이슈가 된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GCL 팀은 각자 맡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 및 녹화하며 영상을 만든다.
처음에는 ‘게임 시트’를 통해 스토리텔링할 작품을 선정한다. 팀원들의 선호도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한 번 게임을 고르면 담당 팀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클리어해야 한다. 플레이를 마치면 자료를 찾아 대본을 쓰는 데 참고한다. 영상에는 많은 양의 소스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GCL 팀은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은 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직접 플레이한 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정리한다. 대본은 이 팀장이 탈고한다. 완성된 대본이 나오면 이 팀장의 나레이션 작업과 함께 만족할 만한 품질이 나올 때까지 편집 수정 작업을 추가로 진행한다.
이 과정은 한 달 내내 이뤄진다. 한 사람이 한 달에 영상 한 개를 만드는 셈이다. 그만큼 수공이 많이 들어간다. 작업실 현장을 직접 살펴보니 장인이 도자기를 만들듯 영상 편집 프로그램 작업창에는 수많은 빗금들이 쳐져 있었다.
만약 선정한 게임의 스토리가 난해하거나 맥락 파악이 힘들면 제작에 난항을 겪을 만도 하지만, GCL 팀은 문제 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인게임에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연출을 가미하며 맥락을 만들어내 설명한다. 종종 GCL 특유의 각색도 이뤄진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게임의 모든 내용을 다 알 필요까지는 없다. 이 팀장은 “영상이 재미있게 전개되기 위해 어떤 내용을 빼고 어떤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을 것인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본을 많이 고심한다”고 설명했다.
구독자들에게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많은 구독자들은 감사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뛰어난 대본과 편집 실력은 어떻게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이 팀장은 “그냥 엄청 고생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그는 “시간을 많이 갈아넣는 것 같다. 신내림 받듯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는 사실 없다. 대본 영상 하나 제작하는데 진짜 고민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노력에는 고통도 따른다. 이 팀장은 “번아웃은 거의 항상 달고 사는 편이다. 최근에도 좀 심하게 앓았다”고 말했다. 그는 “극복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서도 “욕심을 좀 버려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더 무리해서 작업하게 된다”고 원인을 짚었다.
이 팀장은 성우 일을 배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내레이션 실력은 수준급이다. 그는 내레이션 실력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랫동안 작업해서 저만의 스타일이 생긴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며 겸손히 대답했다.
이어 “다른 목소리가 있었으면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줄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바꾸기에는 그의 목소리에 익숙해진 구독자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어 당분간은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별히 작업하기 힘든 게임은 없었을까. 이 팀장은 “스토리 설명 대부분을 대사나 텍스트로 채우는 게임들이 항상 많이 힘든 편”이라며 작업하기 어려웠던 게임으로 ‘엘든 링’과 ‘사이버펑크 2077’ 등을 꼽았다.
그는 “컷신의 길이가 긴 게임들은 오히려 만들기 편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다크 소울’ 같이 대부분의 화면을 직접 연출해야하는 게임들은 작업이 어려운 편”이라며 작업 후기를 전했다. 그는 대본 분량이 평균적으로 4000자에서 6000자 정도 나온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GCL 팀에는 겜프라 불리는 이 팀장 말고도 슈마이, 월파, 에본 PD가 함께 일한다.
이 팀장은 “슈마이는 가장 오래 같이 일한 친구다. 항상 사람이 거북이처럼 꾸준하다. 자기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게 팀장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월파는 편집이 감각적이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잘 녹여내서 예쁘게 표현한다. 에본은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주말에도 시간을 내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팀장은 팀원들과 GCL의 영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100만 구독자들이 정말 GCL에게 원하는 건 라이브가 아니라 더 많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라이브도 하고는 싶지만, 라이브 때문에 콘텐츠가 못 나오게 할 수는 없다”며 “아직은 라이브 방송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라이브 방송을 녹여낼 방법은 고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유튜브 쇼츠 역시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그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기존에 만들었던 영상에서 재밌는 부분만 좀 따와서 더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팀장은 ‘게임 스토리 한눈에 보기’외에 채널이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는 없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이 원하고 있는 다크 소울 시리즈 재연재 등 GCL 팀이 아직 못 다룬 게임이 너무 많은 것이 이유다. 그는 “구독자들을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을 다양하게 해보려고는 노력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스카이림’ 세계관 영상을 역사 강의처럼 풀어내는 등의 방식이 그 예다.
이 팀장은 “게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좋다. 유튜브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가치 있다”고 말했다. 이어 “GCL 영상으로 잠시나마 힘든 삶을 잊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구독자들이 댓글로 좋아해 주는 걸 보는 게 가장 큰 동력”이라고 전했다.
100만 구독자를 모은 GCL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 팀장은 “100만 구독자는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이제는 소개하지 않은 게임이 없게끔 만들어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게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이들도 이해되는 영상, 언제라도 쉽게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이 팀장이 바라는 GCL의 방향이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