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의 대출절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수요를 감당하던 정책금융 상품들의 재정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 재원 확보를 통해 취약차주에게 필요한 정책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상품 출시 이후 3개월 뒤인 9월 8.0%를 시작으로 12월 11.7%, 올해 3월 15.5%, 5월 20.8%까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실업률이 높은 젊은 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21.1%, 30대의 연체율은 18.2%를 기록했다. 50대(12.5%), 60대(9.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대표적인 서민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분기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22.7%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 21.3%에서 3개월 만에 1.4%p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6월(15.5%)와 비교하면 7.2%p나 증가했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사람이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처럼 대위변제율이 늘어나면서 서민금융진흥원은 올해 대위변제 예산을 1조1159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6795억원과 비교해 64.2% 늘어난 규모다. 다른 서민금융 공급 기관들인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올해 예상대위변제액도 4조6395억원에 달해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문제는 서민정책금융 대출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8조원 수준이었던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크게 확대돼 지난해 말 기준 10조7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되는 ‘이중고’로 인해 서민금융 상품들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우선 서민금융 상품의 지속성을 올리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7월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서민금융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개정안은 △금융회사의 출연요율 한시 상향 △금융회사 출연금 한시 감액 등이 포함됐다. 약 3년 만의 개정으로 오는 2025년까지 한시 적용한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권의 추가적인 출연금은 내년 말까지 총 1039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오는 8월 시행되면 변경된 요율로 매월 출연금을 납부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쳐 정부 재원도 추가 확보키로 했다. 올해 정부 재정은 약 1460억원 투입되며, 복권기금으로 지원되는 햇살론유스 사업비(보증 재원)를 기존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 운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을 바탕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정책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례로 소액생계비대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기존에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생애 한 번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오는 9월부터는 원리금을 전액 상환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재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재대출시 금리에 대해서도 이전 대출에 적용됐던 최종 금리(최저 9.4%)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금리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처음에는 15.9%의 금리를 적용받지만, 대출자가 금융교육을 이수하거나 성실상환시 최대 9.4%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현행 제도가 금융사 기부금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소액생계비대출 제도 운영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