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물가조사기관이 전문성 없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비판에 대해 업계에서는 유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 물가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농식품부의 비판에 “업계 최초 가격조사기관인데, 전문성이 없다는 의견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물가정보는 지난 12일 올 설 차례상 물가를 전통시장 30만원대, 대형마트 40만원대로 분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통시장은 30만2500원으로 6.7% 올랐으며, 대형마트는 40만9510원으로 7.2%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민간 물가조사의 신뢰도와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농식품부는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한국물가정보의 차례상 비용 조사 정보는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조사지역을 서울시로 한정해 대표성이 떨어지며, 정부 할인지원 등 소비자부담 완화 혜택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가격 조사가 다른 점을 이같이 말한 이유로 꼽았다. 한국물가정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사과 3개 가격은 전통시장에서 1만8000원, 대형마트 2만124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19일과 비교해 각각 20%, 7.44% 오른 수준이다. 반면 농식품부 조사 결과에서 사과 소비자가격은 10개 기준 2만6572원으로, 지난해 1월 상순(2만9235원) 대비 9.1% 하락했다.
배추와 배의 가격 상승 폭도 높다고 평했다. 한국물가정보는 배추 소비자가격이 78.9% 상승했다고 발표한 데 반해, 농식품부는 61.1% 상승했다고 밝혔다. 배도 3개 기준 94.5% 상승했다고 말한 한국물가정보와 달리, 농식품부는 10개 기준 25.7%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물가정보는 농식품부의 설명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한국물가정보는 농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기획재정부 물가 담당부서 등과 소통·협조하며 가격 조사 결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물가정보는 가격조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위해 시기 등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공정한 가격 조사를 위해 매년 명절 당일 3주 전에 가격을 조사한다”며 “농식품부 조사처럼 일주일이 미뤄졌다면 민생 안정 대책 이후라 가격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할인지원을 가격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이전에는 없던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없던 것을 조사에 반영하면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상품권 할인인지, 마트처럼 몇% 할인인지 알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조사지역에 대해서는 서울시 한정이 아니며, 품목도 상 등급을 썼기 때문에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조사지역을 서울시로 한정한다고 했지만, 수도권 등 각 지부를 통해 타 지역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가격에 대해서는 “배 ‘중품’ 등은 가격이 하락했지만 ‘상품’은 수량이 적어 가격이 올랐다”며 “차례상에 올리는 품목은 일반적으로 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설에는 농식품부가 배 가격을 5개 기준으로 발표했는데, 올해는 3개로 분석했다. 이러면 당연히 전년 대비 상승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물가정보는 1970년 설립돼 가격 조사 기관으로 올해 55년차”라며 “업계에서도 조사기관 최초인데, 전문성이 없다고 하는 의견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물가정보를 비롯해 한국물가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등 국내 민간 물가조가기관에서는 매년 설·추석 명절과 김장철처럼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관심도가 높아질 때 물가 조사 자료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평가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물가감시 리포트를 발행하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물가조사에 대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지원 목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