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은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아토스산에 산재한 20개의 수도원을 순례했다”며 “이 책은 위기에 관한 책으로, 책을 통해 영적 위기에 대한 여행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토스산은 남성만 들어갈 수 있는 종교 자치지역이다. 심지어 동물의 암컷도 출입이 제한된다. 그는 이곳을 “세계 인구의 절반은 결코 볼 수 없는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 후반 발칸전쟁 당시 르포작가로 활동한 그는 저격병의 총알을 피해 몇 시간을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전쟁터의 물리적 위험을 영적인 전쟁터인 아토산으로 옮긴 느낌이 든다”며 “두 전쟁터 중에서 영적인 전쟁터가 훨씬 더 위험한 곳”이라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120개국 작가 1200여명이 참가한 IWP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작가들과도 접촉했다는 그는 “20여명의 한국 작가들이 프로그램에 다녀갔으며 김영하 황지우 나희덕 등은 정말 훌륭한 작가였고 수많은 작가 속에서도 빛났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미국 내 한국문학 번역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문학 번역이 많지 않다. 영어를 모국어로 번역한 작품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그 작품들은 한국어의 원래 의미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문학에는 제대로 번역된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미국 독자들 사이에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를 양성하려면 “영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는 사람 중 문학적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 한국문학의 번역가로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만의 개성을 그려 낼 수 있어야 한다. 서구가 한국 영화, 한국 음식을 좋아하듯 문학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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