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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담담했다. 1일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강은 2006년 12월13일 배모씨, 같은해 12월24일 박모씨, 2007년 1월3일 다른 박모씨를 유인하고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재연했다.
강호순은 1∼2년 전 일인데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은 배씨를 처음 만난 군포시 금정동 S노래방을 시작으로 화성시 비봉면 인근 39번 국도변 등 9곳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을 대부분 30분 이내에 소화해냈다.
이날 검은색 점퍼 차림에 챙이 달린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강호순은 지난달 27일 1차 현장검증에서 썼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경찰 관계자는 "(상부의)지시는 없었지만 얼굴 공개 여론이 비등해 오늘은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다"고 밝혔다.강은 일부 언론에 얼굴이 공개됐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충격을 받은 듯 현장검증 내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유가족과 인근 주민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다", "모자 벗겨라" 등 분노 섞인 욕설을 퍼부었다.2007년 살해된 박모씨의 딸은 강의 모습을 보자마자 "엄마를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주민 박모(47)씨는 "끔찍하다.일하는 공장이 암매장 장소와 가까운데 아내와 딸은 근처도 오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강호순은 지난 31일 범행동기에 대해 "순간 순간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현장검증 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7년 1월6일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김모(37)씨의 경우 강이 암매장했다는 장소에 골프장이 들어섬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3∼4일쯤 발굴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형이 바뀐데다 발굴 비용이 10억원이나 들어 강이 지목하는 2∼3곳을 파보기로 했다.또 경찰은 나머지 피해자 3명의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2일 진행할 예정이다.
강이 잔혹한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고도 특별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고, 사회 부적응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물건을 훔치다 특수절도라는 전과를 처음으로 기록했다. 이후 강간 1회 등으로 전과 9범이 됐고, 전과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4번의 결혼과 이혼에 따른 충격도 적지 않았을 법하다.
전문가들은 여자관계가 문란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고,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사회적응에 실패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증오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과, 이혼 등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발전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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