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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법률시장의 '마이너리그'나 다름없는 한국에 메이저리거 격인 영국과 미국의 대형 로펌이 진출할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국과의 FTA가 발효돼 외국계 대형 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 국내 로펌시장에는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로펌 소속이 아닌 변호사들도 이번 법 제정을 법률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긴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3일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 설치와 운영, 외국인 변호사의 외국법 자문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법 자문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 비준안도 통과돼 9월 이후에는 싱가포르의 대형 로펌이 국내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활동할 외국변호사는 통상협정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외국법 자문사'로 불리게 된다. 외국법 자문사는 변호사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법 자문사의 경우 'U.S. Attorney-at-law' 옆에 '미국변호사'라고 쓸 수 있다.
외국법 자문사는 변호사 자격을 부여한 국가의 법령이나 이 국가가 당사자인 조약, 일반적인 국제관습법에 대해 자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법정에서 소송대리나 법정변호는 할 수 없다. 외국법 자문사는 법무부 장관의 자격 승인, 대한변호사협회 등록도 거쳐야 하고 자격을 얻은 뒤 1년에 180일 이상 한국에 체류해야 한다. 국내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와의 수익분배나 동업은 금지된다.
전 세계 법률시장을 영국과 미국의 대형 로펌이 대부분 장악한 점을 감안하면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된 이후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은 큰 변동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로펌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최신 금융기법 노하우를 축적한 외국계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 대형화, 전문화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법률시장을 개방한 일본에서는 순위 6∼20위 로펌 중 8곳이 영·미계에 합병됐다. 독일에서도 10대 로펌 중 8곳이 영·미계 로펌에 흡수됐다. 한·미 FTA협정이 발효되면 2007년 기준 세계 5위로 미국계 로펌인 베이커앤맥킨지(매출액 18억1750만달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EU FTA 협정이 체결돼 발효될 경우에도 영국계 로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클리포드 챈스(변호사 3800명, 2005년 매출액 16억6400만달러)와 경쟁해야 한다.
외국법 자문사가 국내 법정에서 소송대리인을 맡지 못하는 등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일반 변호사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독과점, 특허 등 기업자문 분야로 전문화를 시도하는 변호사들이 위기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공급과잉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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