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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대법원진상조사단은 9일 신영철 대법관을 상대로 촛불재판 개입의혹 조사했으나 신 대법관의 요청으로 3시간만에 중단했다. 신 대법관은 조사중단 후 한때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 등의 만류로 사퇴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신 대법관이 오후 2시30분쯤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조사중단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오후 늦게 다시 조사를 받겠다고 해 10일 조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이 조사중단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사퇴를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청와대에서)사퇴의사를 받아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이 평소보다 빠른 오후 5시50분쯤 기자들을 피해 먼저 퇴근한 것은 퇴임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신 대법관은 퇴근 후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진 사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등 복수의 조사단원이 참석한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 시작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2시30분까지 이뤄졌다. 조사단은 신 대법관에게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촛불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했는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공개된 7건의 이메일 외에 추가메일을 보냈는지 등을 캐물었다.
신 대법관은 이메일을 보낸 것은 재판 진행을 빨리 하기 위한 것으로 재판 간섭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면서 언론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신 대법관이 조사과정에서 자존심을 크게 다쳐 조사 중단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주관으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후배 판사인 허만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과 대질조사를 받는 등 평생 지켜온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신 대법관은 대법원장 비서실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언론의 거듭된 의혹 제기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 5일 비공개 메일이 공개되자 일부 세력이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해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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