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만 예금주”…차명계좌 없어질 가능성 높아져

“자기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만 예금주”…차명계좌 없어질 가능성 높아져

기사승인 2009-03-19 21: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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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한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금융실명제 원칙을 느슨하게 적용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기업 등에서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회사자금을 관리하는 편법운영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9일 이모(48·여)씨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예금 명의자를 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며 "자금 출연 경위, 거래 인감, 비밀번호 등록 등을 근거로 이씨의 남편을 예금주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6년 2월 남편 김모씨와 함께 모 저축은행을 방문해 김씨 명의로 통장을 만들고 자기 명의로도 4200만원을 예금했으나 7개월 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남편 명의의 예금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이씨 명의의 예금은 실제 예금주가 남편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1, 2심은 예금보험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4200만원의 실제 예금주가 김씨라고 판단했었다.

대법원이 그동안 실제 돈의 소유자와 예금 명의자에게 적용되던 금융실명제법 해석을 엄격하게 전환함에 따라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운영하던 대기업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4월 삼성비자금 특별수사팀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1199개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전·현직 임직원이 차명계좌에 있는 자금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꼼짝없이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부부, 친척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가 사이가 틀어지거나 이혼 등으로 신뢰관계가 깨졌을 경우 실제 예금주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도 실제 돈의 소유자에게 예금반환 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을 경우 예금출연자를 예금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라면서 "금융실명제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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