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는 있는데 왜 무궁화 축제는 없나요?”

“벚꽃 축제는 있는데 왜 무궁화 축제는 없나요?”

기사승인 2009-03-29 18:00:01
[쿠키 사회] “벚꽃 축제는 있는 데 왜 무궁화 축제는 없나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무궁화를 보면서 어려운 시기지만 국민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일보와 산림청이 주최한 ‘희망의 꽃 무궁화를 피우세요-무궁화 묘목·꽃씨 나눠주기’ 행사가 2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렸다. 행사는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하며 어려울 때 희망이었던 무궁화를 통해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가 시작되기 30여분 전부터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오후 1시가 되자 행사 본부인 여의도공원 팔각정에서부터 40m 가량 긴 줄을 이뤘다. 준비된 묘목 2009그루와 씨앗 5000봉지는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3000인분의 무궁화떡과 무궁화차도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70대 노인에서부터 엄마 손을 잡고 나온 대여섯살 어린이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서울 공릉동에 사는 권영애(60·여)씨는 “어렸을 때 남산 무궁화 동산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무궁화꽃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아이들 다 키우고 여유가 생긴 다음부터 아파트 베란다와 화단에 무궁화를 심어왔다.

오늘 받은 묘목과 씨앗도 잘 키워서 올 가을쯤엔 예쁜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강원도 속초 토종면 성대리에서 2314㎡의 농장을 가꾸고 있다는 엄윤섭(68)씨는 “무궁화 묘목과 꽃씨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농장 울타리를 전부 무궁화꽃으로 꾸밀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나들이 나온 가족, 연인, 친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정호영(28)씨는 “매년 봄이면 여의도나 경남 진해 등에서 대대적인 벚꽃축제가 열리지만 무궁화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며 “나라꽃인 무궁화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형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연구실장은 “무궁화는 우리 삶과 함께 한 나라꽃이지만 언젠가부터 진딧물이 많다,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는 등 여러가지 편견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산림청은 국민들에게서 잊혀진 무궁화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매년 무궁화꽃 행사를 개최하고 무궁화 화분 등 생활형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광수 산림청장은 “무궁화는 ‘영원히 피고 지지 않는 꽃’이란 뜻이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며 “경제위기로 살기 어려운 지금 국민들이 무궁화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품종개량과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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