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도 기약없는 최악 취업난…청년층 일자리 찾아 ‘해외 삼만리’

두드려도 기약없는 최악 취업난…청년층 일자리 찾아 ‘해외 삼만리’

기사승인 2009-04-01 18:10:02

[쿠키 사회] 2006년 2월 수도권 소재 전문대학의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박현주(26·여)씨는 2년 반만에 아랍에미리트항공사에서 승무원의 꿈을 이뤘다.

박씨가 처음부터 해외취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선배와 동료들이 국내 항공사에 입사하는 걸 보고 졸업만 하면 당연히 승무원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졸업을 전후해 국내 항공사에 여러차례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렀지만 면접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국내에선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박씨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무엇보다 영어실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여서 1년간 호주에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귀국한 박씨는 외국 항공사를 집중 공략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항공사로부터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끝이 보이지 않던 백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박씨는 현재 항공사 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월 350여만원의 월급 중 80%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

일할 수 있다면 해외라도 상관없어

15∼29세 실업자 수가 37만여명에 달하는 등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구직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해외취업 알선 사이트 ‘월드잡(www.worldjob.or.kr)’에 등록된 이력서 수는 지난해 월평균 1000여건에서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10월 3521명으로 급증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와이앤지커리어 전병진 팀장은 “해외취업 관련 전화, 메일, 방문 문의가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어 교육기관에 취업한 심규선(33)씨도 비슷한 경우다. 심씨는 2003년 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금융업계와 인터넷방송국에서 일했다. 2005년부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 7급 행정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2년 연속 실패했다.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매년 수십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지는 국내에선 더 이상 희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씨는 2007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한국어 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해 베이징에 있는 한국어 교육기관에 입사했다. 심씨는 “한국에서 학원강사를 할 때 받았던 200만원보다 급여는 적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을 살려 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건 꼼꼼히 따져야

해외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해외취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계약 시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5월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레스토랑 바첸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편인아(34·여)씨는 “확고한 목표 없이 해외취업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더 큰 좌절만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IT기업에 근무하는 이윤경(25·여)씨도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입사한 지 며칠만에 해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원하기 전에 회사는 탄탄한지, 계약서 조항에 불리한 내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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