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대병원 여직원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기 위해 조성한 후원금 7억여원을 빼돌린 뒤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실에 근무하던 오모(27·여)씨가 2005년 7월부터 지난 1월말까지 병원 내 후원조직인 함춘후원회 기금을 병원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통장으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142차례 7억3000여만원을 횡령했다. 함춘후원회는 서울대병원 교수와 직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돕기 위해 1992년에 조직한 비영리 후원모임으로 현재까지 후원금은 21억6000여만원이다.

오씨는 후원금이 들어오면 병원계좌에 입금시키고 필요할 때마다 후원회장의 날인이 찍힌 출금신청서를 경리과에 제출해 돈을 타냈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해 일부를 빼돌리거나 날인이 찍힌 여러 장의 출금신청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은 지난 2월 초 내부감사에서 이를 적발하고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오씨는 6억여원을 자신의 빚을 갚는데 사용한 뒤 잠적한 상태였다. 병원은 오씨 계좌에 남아있던 1억여원을 회수하고 나머지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또 오씨와 상급자 박모 계장을 해임했다. 후원회장은 자진사퇴했다.

후원회는 병원 공식 조직이 아닌 비영리 모임이어서 매년 감사원과 병원 자체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병원 관계자는 “매년 후원금 결산은 했지만 오씨의 횡령을 적발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후원조직을 개편하고 감독기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소환에 불응한 오씨를 조사하지 못한 채 지난달 1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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