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유흥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대학생 딸을 살해하고 뒤따라 아버지도 자살했던 '부녀참극'.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건 악덕 사채업자였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던 이모(23·여)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3월 서울 논현동 김모(30)씨가 운영하는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빌렸다. 이씨는 이후 3개월 동안 20% 이자율을 적용한 돈을 갚지 못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1500만원에 달했다. 채무자가 매일 일정액을 갚지 않으면 원금에 이자를 다시 포함시켜 재대출하는 '꺾기' 수법으로 대출금을 부당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김씨의 협박에 못이겨 지난해 4월부터 유흥업소에 취업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흥업소와 짜고 이씨가 성매매로 번 1800만원을 빼앗았다. 그러면서도 이씨에게는 빚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했다.
김씨는 급기야 이씨 아버지(52)에게까지 찾아가 이씨가 사채를 끌어다 쓴 것과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 대학까지 보낸 딸에 대한 분노와 충격을 참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서울 삼전동 집에서 딸을 살해하고, 이틀 뒤 경기도 평택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김씨는 이씨가 사망한 뒤에도 이씨의 선·후배인 강모(24·여)씨와 장씨(23)씨 등 2명을 협박해 같은 수법으로 대신 돈을 내게 하는 등의 범행을 서슴지 않았다. 강씨와 장씨는 이씨가 돈을 빌릴 당시 상호보증형식으로 함께 300만원씩을 빌렸었다. 결국 장씨의 아버지는 6700만원을 갚았다.
김씨 등 대부업자 일당은 채무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전화번호를 확보해 "이자를 제때 갚지 않거나 48시간 이상 연락이 되지 않으면 몸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부모들에게는 "자녀가 사채를 사용했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비극적으로 죽은 부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4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사채업자 일당을 붙잡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이씨 등 212명에게 연 120∼68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33억여원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김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대부업체 직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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