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검찰이 6일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사무실은 물론 당시 조사4국장 등 실무팀 핵심관계자의 현재 사무실까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국세청의 자료제출 미흡을 압수수색의 이유로 꼽고있다. 하지만 검찰이 고발당사자인 국세청에 관행처럼 자료협조 요청 차원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압수수색한 것은 국세청 역시 수사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4국 무슨 역할했나=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지난해 7월 심복이나 다름없는 조홍희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을 불러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직접 지시했다. 조 국장은 스스로도 "내가 워낙 한 청장과 가까워서…"라고 말할 정도로 한 전 청장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당시 국세청은 보안유지를 위해 조사직원에게 비밀유지 각서를 받았고 조 국장이 서울국세청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 전 청장에게 결과를 중간 중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그 해 11월25일까지 4개월 가까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벌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금 포탈 사실을 밝혀냈다. 한 전 청장은 검찰 고발에 앞서 지난해 10월쯤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배제됐으며 정정길 대통령실장만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 본궤도=세무조사 무마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는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과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이 있다. 천 회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움직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부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 전 처장 역시 국세청 고위 인사들에게 이런저런 청탁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천 회장과, 김 전 처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여러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따라서 검찰은 국세청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과 국세청 간부들의 직·간접 접촉 정황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서울국세청 조사4국 외에 실무간부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해 첨부보고, 메모, 정보보고, 이메일 등을 확보하려한 것도 이같은 정황을 찾아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박 회장 등이 조사4국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국세청의 탈세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서도 "국세청 간부의 개인비리가 아닌 다른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실세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까지도 손길을 뻗으려 했다면 국세청으로도 추징세액을 깎아달라는 청탁과 같은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또 다른 노림수는?=검찰은 국세청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는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국세청버전, 여의도버전, 검찰버전 등 조금씩 다른 내용의 리스트가 돌았던 것도 국세청이 탈세 관련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혐의를 누락하거나 국세청 인사들은 고의적으로 뺏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홍 기획관이 "국세청이 금융자료도 탈세와 관련된 것만 제출했고 다른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국세청도 검찰의 압수수색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현 정권 실세들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전 청장은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박 회장의 돈 중 일부가 대선과정에서 현 여권에도 흘러갔다며 이를 통해 청와대와 딜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 전 청장의 측근인 조홍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관련 사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만큼 검찰이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검찰이 여권 실세와 박 회장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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