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 편지에 엄마가 없어…” 아내 잃은 남편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

“딸 아이 편지에 엄마가 없어…” 아내 잃은 남편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

기사승인 2009-05-08 18:19:01


[쿠키 사회] “어버이 날, 딸 아이가 건네준 편지의 서두가 ‘엄마, 아빠’가 아닌 ‘아빠’로만 시작하는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2년 전 서울 묵1동 원묵초등학교에서 열렸던 소방교육 도중 추락사고로 아내를 잃은 안모(37)씨가 어버이 날인 8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blog.joins.com/agigwangil)에 올린 글의 일부다. 안씨의 아내 故 황성해씨는 2007년 5월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진행됐던 소방교육에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했다가 사다리차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당시 열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사고였다.

안씨는 이날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이란 제목의 글에서 “밤 12시가 다 돼 퇴근을 했다.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 눈에 한 통의 편지가 들어왔다”며 “딸이 보낸 사랑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고 적었다. 그는 “작년 이맘때를 생각해보면 역시 시간이 약인지 그때보다 아픔이 작아진 듯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씨는 사고가 난지 2개월이 지난 같은해 7월부터 ‘하늘에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안씨는 블로그를 통해 아들의 회장 당선, 처음 생긴 딸의 남자친구, 장모의 안부, 자신의 직장생활, 이사 등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을 담은 300여개의 글을 써왔다.

안씨는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초등학생 딸의 운동회를 다녀온 뒤에도 글을 남겼다. 그는 “아이들 뛰는 모습을 보며 바로 엊그제 일처럼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응원하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글썽거렸다”며 아내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아내의 기일로 정한 지난달 17일에는 “지난해 1주기 기일에도, 올해 2주기 기일에도 비가 내린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그날에도 비가 내렸더라면 훈련은 취소됐을 것”이라며 “그랬더라면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는 마음에 하늘이 참 야속하다”고 슬픔을 드러냈다.

안씨의 절절한 망부곡(望婦曲)들을 담은 블로그는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 수백명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안씨가 쓰는 글은 적게는 1000여 회, 많게는 20만회의 조횟수를 보였다. 또래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디 ‘aa6678’는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파 저려온다”며 “아이들 보면서 힘내시고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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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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