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국민장] ‘죄송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 국민장] ‘죄송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기사승인 2009-05-29 17:44:02

[쿠키 사회] ‘당신이 준 자유가 공기처럼 소중했던 것인지 나중에야 깨달았듯이, 당신의 존재 역시 그랬습니다. 사랑합니다.’(서울 대한문 앞 익명의 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영결식이 열린 29일까지 7일 동안 시민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짧은 글로나마 쏟아냈다.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서울역 등 전국 곳곳에 차려진 분향소를 다녀간 추모객은 흰 종이와 노란 리본 위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았다.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시민들이 남긴 글 중에는 ‘죄송합니다’ ‘고마웠습니다’가 가장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분향소 인근 벽, 나무, 기둥, 전경버스 등은 추모의 글과 그림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지난 26일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은 김명인씨는 근처 돌담에 ‘잠시나마 의심했던 마음 용서해 주세요. 큰 짐 혼자 짊어지고 가지 마세요. 가시는 길 외롭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할게요’라고 썼다.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종이 위의 글이었다. 김연경씨도 같은 장소에 ‘고맙습니다. 당신 때문에 살만했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라고 적었다. 미처 종이를 준비하지 못해 가지고 있던 책이나 종이 가방 한 귀퉁이를 찢어 쓴 글도 많았다.

한 익명의 시민은 서울 태평로 지하도 벽에 ‘두시간째 서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또다른 시민은 ‘아이가 대통령이 왜 죽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뭐라 해야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이 졌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대한문 임시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방명록은 1000권이 넘었다. 시민들은 생전 노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 마지막에 피고 싶었다던 담배,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그린 그림 등 사연이 깃든 물건을 두고 갔다.

◇2000여개 만장으로 헌사=시민들이 분향소 등에 남긴 글은 노제에 사용된 만장에 옮겨졌다. 노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장의위원회가 준비한 2000여개의 만장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시민분향소에서 만든 빨강, 분홍, 연두, 흰색 등 다양한 색의 만장과 붓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만든 만장도 눈에 띄었다.

만장에는 ‘당신을 지키지 못한 우리가 죄인입니다’ ‘밀짚 모자 쓰고 자전거 타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하늘도 울고 땅도 흐느낍니다’ ‘약자의 편에 선 대통령’ 등의 아쉬움을 담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대가 못 이룬꿈 우리가 꼭 이룹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내 아이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가르칠 위인’ 등의 다짐의 글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공모해 만장에 옮겨적은 글도 많았다. 만장은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가 서울역 광장에서 화장장으로 떠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추모 열기가 뜨거웠던 7일간 시민들이 남긴 글들과 방명록, 노란 리본 등은 모두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보내진다. 노 전 대통령측은 이 자료를 나중에 건립될 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양진영 전웅빈 기자
ahjin82@kmib.co.kr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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